[대구논단] 유기농 유감
[대구논단] 유기농 유감
  • 승인 2022.10.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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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유기농 식품에 관해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이 온통 ‘건강’에 신경 쓰기 때문이다. 백화점에 출입하는 이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무공해로 키웠다는 유기농 식품을 찾는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유기농이란 화학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퇴비와 같은 자연적인 방법을 이용해 키우는 것을 말한다. 흔히 유기농하고 혼동되는 친환경 농산물은 농약과 비료 사용량을 줄여 사용하는 것으로 유기농으로 가는 전 단계를 말한다.

텃밭에 유실수를 심었다. 복숭아, 자두, 대추 각 두 그루씩 여섯 그루이다. ‘유기농으로 키워보자’ 결심을 굳게 하였다. 밑거름으로 화학 비료를 주지 않고 유기질 비료를 주었다. 유기질 비료는 동물의 분뇨나 식물의 부엽(腐葉)으로 만든 것이다. 얼마 안 있어 잡초가 나기 시작했다. 매일 풀을 뽑았다. 그러나 잡초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며칠 한눈을 팔면 몰라보게 잘도 자란다. 선 농사꾼이 풀을 잡아낼 재간이 없다. 이웃에서 농약을 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농약을 치면 ‘유기농으로 키우겠다’라는 계획이 무너진다. 안 될 말이다.

농자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에 갔다. 이 가게는 농촌후계자들이 운영하는 가게이다. 가게에서 일하는 농촌후계자들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지 제초용 부직포(제초 매트)를 추천하였다. 예상보다 가격이 비쌌다. 넉넉하게 구매하여 나무 밑에 깔았다. 두서너 달 지나니 부직포도 소용없었다. 부직포에 풀이 올라와 있었다. 부직포와 부직포의 이음매, 부직포 위에 날라 온 풀씨 등이 원인이었다.이제 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나무는 풀과 함께 자랐다.

3~4년이 지나 과일이 달렸다. 이제 결실의 계절이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무척 귀여웠다. 아침마다 다르게 과일이 굵어졌다.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기쁨도 잠시, 과일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껍질부터 썩어 갔다. 해가 갈수록 나뭇가지는 병이 심해지고, 썩은 과일이 많아졌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했다. ‘주인이 약을 안 치는군’ 그러나 농약은 치기 싫었다. ‘농약 안 친 과일을 손자에게 주려고 하는데 농약을 치라니….’ 몇 년을 고민하다 결정했다.

유기농을 포기하자. 미련 없이 나무를 캐내었다. 유기농은 어려운 일이다. 백화점에 ‘유기농 과일’이라고 진열된 것을 보면 ‘저 사람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한번 만나 상담이라도 해보고 싶다.’

도라지 키우는 농장이 있다. 도라지는 3~6년근이 되면 시장에 출하하는데 특용작물로서는 꽤 재미를 본단다. 특용작물을 키우자면 노동력이 부족하여 애를 먹는다. 노부부들이 부지런히 노력하여 근근이 어려움을 해결한다. 그런데 문제는 도라지밭에 흰 눈이 내린다는 것이다. 아침에 기계 소리가 들리면 도라지밭에는 하얀 눈이 내린다. 제초제 농약이 눈처럼 하얗게 내리는 것이다. 저렇게 농약을 많이 치는 도라지를 먹어야 하나? 내가 먹는 도라지는 지금 어느 밭에서 하얀 눈을 맞을꼬, 만약 그 도라지가 유기농 가게에 진열되어 있다면?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경북 북부 지방에는 인삼을 2~3만 평 이상 재배하는 이가 많다. 인삼 전문 경영인이 대규모로 인삼을 재배하기 때문이다. 인삼 재배에도 농약이 많이 살포된다. 인삼밭의 노동자는 100%가 외국인이기에 ‘쟤네들이 안 먹기 때문에 농약을 무자비하게 살포하는 것 아닌가’라는 기우를 하기도 한다. 인삼 경작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펄쩍 뛰며 열변을 토한다.

인삼은 100% 한국인삼 공사와 계약 재배한단다. 인삼 경작지가 정해지면 1년 동안 작물을 심지 않고 토양관리를 한다. 토양의 안정성과 토질을 개선한 뒤에야 인삼 씨를 뿌린다. 6년간 재배하는 동안 7회에 걸쳐 290여 가지 안전성 검사를 한다. 인삼공사에서는 인삼 경작지를 예고 없이 불시에 방문하여, 흙과 인삼 일부를 채취하여 본사에 가지고 간다.

경작인이 함부로 화학 비료나 농약을 쳤는지 철저하게 검사하는 것이다. 경작인은 인삼공사에 납품하기 위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거름을 주고 농약을 친다. 인삼밭에 농약을 치는 것은 면역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말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인삼공사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정부에서는 국민건강을 위해, 작물별로 생장에 맞게 농약을 치도록 규제하고, 농약 구매 실명제를 시행하여 농약 남용을 줄이고 있다.

먹거리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관계기관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인삼 재배만큼만 신경 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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