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지만
내 가슴
아직도 서리 묻은 날개로
아득히 가는 철새들의 하늘뿐이다
언 발 능선에 딛고
한 겨울 바람 견디는 헐벗은 나무들뿐이다
그런 어느 날
바삐 출근하는 순환 도로 언덕길에
유치원 어린이들처럼 노오란 옷 입은 개나리들
길게 줄 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해맑은 빛깔 보내며
연신 손 흔들어 주고 있었다
가슴속 서리 묻은 날개와 나뭇가지들
한순간 절로 녹아지고 있었다
◇권중원= 행정고등고시 12회 합격(1973년), 경제학박사, 대구지방국세청직세국장(1999년) 역임, 현 세무사.
<해설> 계절의 봄이 마음의 봄보다 먼저 찾아왔다. 남아있는 추위에 몸을 움츠려있는 동안 여리 디 여린 노란 개나리들이 소리 없이 다가왔다. 어서 마음의 문 활짝 열고 봄으로 오라고 손을 흔든다. 희망의 색을 지닌 노랑개나리 덕분에 출근길에서 마음의 봄을 맞는다. 재잘거리는 유치원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곧 개나리처럼 올 것이다. 햇살 가득 안고.
-김인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