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내옷 가지런히 잘 갖춰 입은
꽃씨, 풀씨, 텃새 둥우리들
눈 뜨지 않은 솜털 고양이처럼
배냇짓 연신 해대며
아리랑 고개 미끌려 내려와
버선코 추임새 품으로
사라락 파고들고 있다
놋그릇 흥에 목 축이는
푸른 하늘처럼
내 목젖 촉촉이 젖고 있다
◇정경진= 1955년 부산 동래 출생. <2001년 <시 현실> 봄호로 등단.
<해설> 바람이 차가운 계절이다. 가을꽃 국화를 덖어 차를 우리면 국화향 은은히 가슴을 적신다.
가만 버려두면 사라지고 없을 것들 갈무리하는 손이 있어 그 향기 새롭게 태어난다. 이렇게 바람 소리 가슴 울리는 시간이면 은은한 국화 향에 취하고 싶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