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갤러리] port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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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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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숙 작1

신명숙 작가
신명숙 작가

정신과 영혼이 떨어져 나간 철저한 고기로서의 몸, 사물로만 존재하는 몸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이어져온 작업은 십수년 동안 계속되면서 때로는 눅진한 살덩이의 느낌으로 때로는 아무런 감정 없이 관조되는 몸의 이미지로 조금씩 변주되어 왔다. 2015년 ‘The elegant universe’란 부제를 달았던 개인전에서는 기존에 해오던 검은 덩어리의 캔버스 작업에 작은 펜 작업과 종이 작업을 덧대었다. 동양에서 우(宇)주(宙)란 사방상하(四方上下)를 우(宇)라 하고, 고왕금래(古往今來)를 주(宙)라고 하여 즉 천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은 개념적인 우주, 즉 공간과 시간을 망라한 총체와 상통하는 것이다. 검은 캔버스 작업이 몸에서 변주된 이미지의 형상화라면 ‘The elegant universe’에서는 그런 몸의 이미지는 휘발되어 희미하게 남는 대신 공간과 시간을 함께 보여준다. 그 공간과 시간은 ‘지금, 여기’가 아니며 ‘나’ 아닌 나의 유전자만이 기억할 수 있는 ‘우아한 세계(宇宙)’를 의미한다.

2015년 전시에서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던 검은 덩어리들은 이탈노 칼비노 소설의 제목을 차용한 2017년 개인전(“물론 모두 그곳에 있었습니다.”)을 통해 그 자체로 완결된 이미지로 표현된다. 온전히 스스로 완결되기 위해 썩지 않게 박제된 이 덩어리들은 종국에, 먼지 쌓이고 잊혀진, 오래된 회랑에 걸린 초상화로서 전시됐다.

2019년 ‘Everything and nothing’ 전시는 이전의 ‘초상화(Portrait)’작업을 연결하여 보여준다. 물성으로만 남아 해체되고 새롭게 조합된 이미지들은 모두 각자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해체되어 다시 결합됨으로써 얻게 된 새로운 객관성 아래 본질만 남게 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초상화들은 우리 모두이지만 우리 모두가 아니다.

1998년에 시작된 몸에 대한 이 이야기는 현재까지 이렇듯 많은 이야기로 변주되어오고 있다.

※ 신명숙 작가는 경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서양화)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대구 봉산문화회관 ‘everything and nothing’ 등 5회의 개인전과 대구 스페이스129 ‘everythAbout again’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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