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백', 반전에 반전…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가
영화 '자백', 반전에 반전…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가
  • 김민주
  • 승인 2022.10.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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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 산장 한정된 공간
두 인물 대화만으로 이야기 그려
안개 낀 듯 흐릿한 진술과 사건
관객에 질문 던지고 혼란 빠뜨려
스페인 ‘인비저블 게스트’ 원작
큰 틀 벗어나지 않되 결정적 변화
한국 정서 더해 독특한 매력 발산
올해 최고 스릴러 영화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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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밀실 살인사건, 추리소설의 팬이라면 구미가 당긴다.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은 책을 편 순간 책장이 스르륵 넘어가고, 앉은 자리에서 결말까지 보게 만든다. 영화 ‘자백’은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보는 느낌이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니 한시도 숨을 편히 쉴 수 없다. 고전 추리소설에서 느끼던 묘미를 영화로 느끼고 싶다면 영화 ‘자백’을 놓쳐선 안된다.

성공한 IT 사업가 유민호(소지섭)는 재벌가 막내딸과 결혼 후 일까지 승승장구하는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그에게 ‘불륜을 폭로하겠다’는 익명의 메시지가 도착하고 유민호는 협박범이 지시한 호텔로 향한다. 호텔방엔 같은 협박을 받은 내연녀 김세희(나나)가 와 있다. 협박범을 기다리던 중 경찰이 나타나자 음모에 말려든 걸 직감하고 그는 황급히 방을 떠나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괴한의 습격으로 정신을 잃고 만다.

정신을 차렸을 때 김세희는 욕실에서 피를 흘린 채 사망했고 괴한은 사라진 뒤다. 때마침 방으로 경찰이 들이닥치고 유민호는 살인 사건 용의자로 호텔 방에서 끌려나온다. 누군가 호텔방 밖으로 나간 흔적이 없는 밀실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됐다. 유민호는 “내가 죽인 것이 아니다. 방 안에 분명히 누군가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제3자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민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와 깊은 산속 별장에서 독대한다. 양신애 변호사는 누구를 죽였든 안 죽였든 상관없다며 의뢰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 치의 거짓말도 허락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그녀는 유민호의 진술에서 발견한 허점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의 무죄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에게 요구한다. 진실을 말해달라고.

영화 ‘자백’은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스릴러 팬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이 호평을 받으며 이탈리아, 인도 등에서도 리메이크됐다. 윤종석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큰 틀은 벗어나지 않되 결정적인 변화를 줬다. 반전이 중요한 영화인만큼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반전이 드러나는 시기에 차이를 뒀다. 여기에 한국적 정서를 더한 것이 ‘자백’만의 매력을 만들어 내며 올해의 최고 심리 스릴러 영화라는 칭찬을 끌어낸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막은 유민호가 털어놓은 사건의 전말, 2막은 변호사가 시점을 바꿔 재구성한 사건과 알리바이, 3막은 사건의 진실이다.

영화의 중심축은 유민호의 진술과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 변호사의 ‘대화’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추운 겨울밤, 깊은 산속에서 오롯이 빛을 내는 산장이란 한정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두 주인공의 ‘대화’만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유민호는 양신애 변호사를 쥐락펴락하며 상황을 주도하려 하고, 양신애 변호사는 그의 심리를 이용해 허를 찌른다.

안개가 끼인 듯 무엇 하나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시간이 반복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쉼 없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혼란에 빠뜨린다.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같은 팽팽한 심리전에 관객들은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용의자-관찰자 구조를 띠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관객은 ‘양측 시선’에서 달리 미스터리한 사건을 뜯어볼 수 있단 점이 확실한 차별점으로 돋보인다. 각 시점에 맞춰 각각 재연되는 사건에서 캐릭터들의 극과 극의 성격을 보며 관객들은 힌트를 얻고 추리하며 사건의 진실에 점차 다가서게 된다.

특히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효과음과 함께 배우들의 밀도 높은 표정연기가 이 영화의 짜릿함의 극치를 안겨준다. 화려한 액션이나 볼거리보단 배우들의 연기가 105분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인다.

소지섭은 스릴러 첫 도전인 이번 작품에서 아주 낯설고 생소한 인상을 드러낸다. 진폭은 크게 없지만 농축된 그의 연기는 지금까지와는 완전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새로운 스펙트럼을 열었다. 눈빛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표정은 섬뜩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김윤진은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차분한 목소리와 그녀만의 묘한 연극적 뉘앙스가 영화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몰입감을 더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내적으로 휘몰아치는 감정선을 매끄럽게 표현해냈다.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백’의 의미 있는 발견이라 할 수 있는 대목은 베테랑 연기자 선배들의 기세에 전혀 눌리지 않는 나나의 열연이다. 아이돌 그룹 출신이란 타이틀을 벗고 완전한 배우로 거듭났다. 갑작스럽게 사망한 김세희를 두 가지의 가설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캐릭터 연기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개봉일인 26일 홍보 프로모션으로 ‘스포 금지 영상’이 나올 정도로 전반까지는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중후반부턴 어디까지 발설해도 될지 고민하게 되는 ‘스포 덩어리’로 이뤄져 있다. 팬데믹 사태로 촬영 후 2년여 만에 관객들을 맞이한 ‘자백’은 촬영이 끝난지 수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최근에 나온 스릴러 작품과 견줘봐도 서스펜스적으로 재미가 상당하다.

영화는 ‘범인은 누구?’란 의문을 넘어 백만 갈래인 사람 속에 대해 계속해서 궁금증을 던지며 관객들 모두를 탐정으로 만든다.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라고 불러도 좋을듯 하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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