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여기
단풍나무 아래예요.
해마다
가을이 고운 나라
단풍나무 그늘에 들면
길이 보여요.
빨간빛 속에 숨은
빛의 길이 보이고,
노란빛 속에 숨은
빛의 길도 보이고,
숨은 빛 속에 숨은 색색의 빛이
실타래처럼 엮어 주는 길이 보여요.
어머니,
길이 보여요.
◇정재숙= 1946년 경북 영양 産. 시집 <네 시린 발목 덮어>로 등단 .
<해설> 빨갛고 노랗고 색색의 빛으로 엮어진 길. 어머니가 걸어가신 그 길이 눈에 보인다는 것은 아마도 가을을 닮은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이룬 것 없다 하지만 돌아보니 형형색색의 멋스러움을 자아내는 가을을 닮은 자신이 가야 하는 길.
-정광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