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48) 자연과의 대화 몇 가지, 등록금도 숙제도 등수도 없는…“맨발학교로 오세요”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48) 자연과의 대화 몇 가지, 등록금도 숙제도 등수도 없는…“맨발학교로 오세요”
  • 채영택
  • 승인 2022.10.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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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커텐
욱수골 공영주차장에 핀 나팔꽃
수많은 빨간색·남색 장관 이뤄
자연이 만든 커텐 같아 큰 감동
사진1
나팔꽃으로 장식된 ‘자연커텐’(?)의 모습.

◇마을정원사의 자연커텐 이야기

대구의 수성구 시지에 있는 집 부근 산에 운동을 하러 가다가 욱수골의 공영주차장에서 나팔꽃들이 엄청나게 많이 핀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 많은 아름다운 나팔꽃에 감탄하며 나팔꽃으로 자연커텐이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엔 빨간색과 남색의 나팔꽃들이 엄청 피어 있었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이리 멋지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곳이 있구나 하며 감탄을 연발하며 산으로 올라갔다.

며칠이 지나 그 자연커텐을 다시 찾게 되었다. 그날엔 그곳 주위에서 정원을 가꾸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들은 수성구 고산1동 마을정원사 회원분들이었다. 남자 한 분이 노용호씨 아니세요? 하고 불러 어어 내 이름을 알다니 하면서 의아해하니 우포늪생태관을 몇 년 전에 방문하여 나의 해설을 들었다는 것이다.

여자 회원 한 분은 자기가 토요일에 정원 일을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공공근로자이세요? 하고 물어보았단다. 그 말을 듣고 웃으며 토요일에 일하는 공공근로자 보았습니까? 하면서 응답을 했다고 하였다. 그곳은 자원봉사자들이 착한 마음으로 만들어 가는 마을 정원이었다.

마을 정원사 한 분이 삶은 계란을 가져와서 나누어 먹고는 미안해서 풀 정리를 함께하였고, 회장님과 총무를 따라갔다. 회장님은 돌담이 있는 곳이 보기 흉해서 능수화를 심었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분들의 선한 활동을 2회에 걸쳐 내가 운영하는 약 300명의 벤드 회원들에게 알렸고, ‘좋아요’라는 답변들이 많이 달렸다.

마을을 이쁘게 만드는 이분들을 보니, 몇 년 전 영국의 아름다운 마을에 간 것이 생각났다. 눈오는 겨울날이었다. 런던에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하여 힘들게 갔는데 가보니 인형처험 생긴 작은 집들이 있었디. 겨울이지만 해양성기후 때문인지 매화꽃이 피어 있었고 마을의 작은 하천엔 새들이 평화롭고 여유있게 물속에서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멀고 추워도 아름다운 곳이면 찾아온다는 경험을 하였다. 이곳을 보기 위해 많은 나라의 방문객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쁜 마을의 매력을 보고 느낀 멋진 경험이었다.

 

맨발걷기 사랑
경산 맨발걷기 조현섭 회장
주변 사람들에 집요하게 권유
“건강히 오래 살아 통일 보고파”

◇맨발학교 이야기

맨발 걷기가 유행이다. 맨발로 걸어서 병이 나은 사람의 경우가 방송을 통해 알려져서 그런지 맨발로 걷기가 인기다.

어느날 고향 친구가 운영하는 유치원 행사에 갔더니, 아는 유치원 원장 선생님 몇 분이 맨발걷기를 집요하게 권하는 노인을 만났다고 한다. 저녁을 복어 식당에서 많이 먹은 후, 유치원 원장님들과 경산시 중방동의 공원을 걸었다. 내가 아는 분들은 모두 맨발로 걸었는데 나만 양말 신고 운동화를 신은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걷다가 어느 원장님이 생태춤을 추자고 제안하여, 내가 개발한 생태춤을 추니, 율동에 익숙한 유치원 원장분들이라 모두가 즐겁게 춤추며 많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달밤에 춤을 열정적으로 추며 많이 웃으며 기분 좋은시간을 가졌다. 조금 지나서 걷다가 다른 원장님을 만나 한번 더 큰소리로 웃으며 춤을 췄다.

좀 더 걷다가 이분들에게 맨발걷기를 집요하게(?) 강조한 분을 만났는데 경산시 맨발걷기 회장님이셨다. 그런데 그분이 다름 아닌 조현섭 회장이었다. 3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분으로 오랜만에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맨발 걷기 직책이 있는 명함을 그날 받고는 전화를 안 해서 운동가는 다음날 아침에 전화하니 이분이 재미있고 기억이 나는 말씀을 하셨다. 맨발학교는 등록금이 없고, 학교도 없다. 숙제도 없고, 예습도 복습도 없다고 하였다. 주변의 사람들과 건강하게 오래 걸어, 한국이 통일되는 날을 보고 싶다고 하였다. 인생 2막에 평생동안 할 일을 가진 행복한 사람을 만나 기쁘다.

◇대안학교의 도리소반 이야기

내가 아는 분 중의 한 분은 그 어려운 대학교수를 사직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하시겠다며 대안학교 교장으로 10년을 운영하셨다. 그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환경 켐프에서 어느 초등학생이 자기 이름을 <바람둥이>라 하였는데, 그 이유가 바람을 좋아하는 귀염둥이라는~ 그 멋진 생각을 하여 감동받았다. 그래서 아는 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많이들 너무 좋아하였다.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이~ 하시면서 감탄을 한 분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대안학교를 10년이나 운영하였던 분을 만나 어른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예상외의 일들을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아이들에게서 듣고 본, 생각지 않은 감동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 부탁드릴땐 갑자기 말씀을 드려서인지 “생각이 잘 안 나네요 우리가 아침에 밥 먹는것과 같은 일상이었기에 감정이 무뎌졌나봐요.” 하시더니 “매일 매일의 일상이 감동이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학교마다 도서관이 있고, 이 대안학교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그런데 초등학생 아이들은 책들이 있는 그곳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도서관이라 하지 않고, 도리소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도서관을 도서관이라 부르지 않고 도리소반이라 부르는 것을 궁금해하다가, 그날도 도서관을 왜 도리소반이라 부르냐며 물었다고 한다. 그 선생님이 아는 바로는 도리라고 하는 것은 둥글다라는 뜻이고, 소반은 작은 밥상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 학교의 도서관에는 책들이 둥글게 생긴 큰 테이블 위에 있었는데, 둥근 테이블에 있는 책들이 마치 둥근 밥상 위에 놓여져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책들은 반찬이고 연필은 숟가락과 젓가락이었다.

이 학생들이 다닌 학교는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우리말 쓰기를 강조한 학교였다고 한다. 책들이 꽃혀 있는 곳이 도서관이란 표준어만으로 아는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닌것이다. 도리소반은 아이들의 상상력, 창의성, 풍부한 어휘력 그리고 국어 사랑이 결합되어 나타난 멋진 말이었다.

우포늪에 살아온 주민들이 보풀을 가시개풀이라 부르고, 아이들이 어느 식물을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따라 하지 않고 계란꽃이라 부를 때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초등학교 아이들처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위에서 항상 당연하게 불러온 물건의 이름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나만의 이름으로 다르게 불러보는 것이다. 나이들어 치매를 걱정하는 세상에, 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똥 이야기

내가 아침에 일어나 감사하는 일 중 하나는 원하는 시간에 샤워할 수 있고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집에서 TV를 보는데 출연진들이 똥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이쁘게 생긴 여자출연진이 나도 내 똥이 겁나요하면서 웃었다. 그러니 옆에 있던 다른 출연자들도 따라서 웃었다. 똥은 우리몸에서 내가 선택해서 먹고 소화되어 걸러진 자연스런 활동이지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 집 뒤의 산에 갔다. 평지보다 산에 오르면 운동량이 몇 배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을 힘들게 올라가다가 의자가 보여 저기 좀 쉬었다 갈까하고 가지고 간 신문지를 까는데 하이얀 휴지들이 보이더니 똥이 보였다. 에이 하면서 위로 올라가 자리를 깔고쉬었다.

나는 선배에게 요즘도 산에 똥누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하니, 그 선배는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냐? 하면서 두둔 아닌 두둔을 하였다. 예상을 뛰어 넘는 통큰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자연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문제되는 게 아니었다. 자연스런 배출문제라고 생각도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 뒷정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산에 가서 급하면 해결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게 묻어주는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아주 작지만 중요한 자연과 타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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