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참담한 마음, 기도 드립니다
[대구논단] 참담한 마음, 기도 드립니다
  • 승인 2022.11.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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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나는 생활 주변의 재난 사고에 대해 늘 우려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고 나면 여러 근로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쳤다는 뉴스를 보면서, 또 60대가 넘는 근로자들이 사고를 많이 당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어두웠다. 재해 사망금을 얼마나 받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일은 이래 재래 묻혀간다. 한국이 자살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고 교통사고도 1위라는 부끄러운 말을 듣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헌법 제 34조에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참 어려운 명제다. 국민 복지적 측면에서 각종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자기 생명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우둔한 생각 같지만 인간 생명 중시 사회운동을 벌여야 할 필요성마저 든다. 과학 문명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그에 따른 역기능도 많다. 야누스의 얼굴을 연상하게 한다. 가시적·물질적 풍요 속에는 비가시적 결핍이 상존한다. 육체적으로 넘치는 생활을 누리지만 정신적으로 자기 조절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나는 어떤 장르든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산수의 나이에도 방송국 남성 합창단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샌가 대중음악에 식상하게 되었다. 트로트가 처음 유행했을 때 한국적인 분위기에 마음을 주었지만 이제는 어느 방송이든 틀면 트로트다. 이런 획일적 음악 문화가 결코 좋다고는 볼 수 없는 데도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리드한다. 이런 음악을 한국인의 정서적 장점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과유불급이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식상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로망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젊은 여성들은 연예인 헤어스타일을 닮으면서 머리카락을 출렁인다. 각자의 문화적 개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뭔가 사회적·인간적 조화가 결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0월 29일밤 이태원동 일대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156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친 대형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길을 걷다가 사람들에게 깔려 사망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외국 문화에 심취하다 생긴 불행이다. 참 안타깝다. 아이 하나 가진 집들이 많은데 자식을 잃은 부모 가슴은 찢어질 것이다. 아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따르고 싶은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다.

서울에서는 각종 집회가 자주 열린다. 무슨 놈의 정치집회가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자유가 지나치면 방종이 된다. 경찰의 치안능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태원 골목길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쏠릴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크리스마스보다 더 좋아한다는 대형 행사에 대비, 안전 문제에 좀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

이번 사고에 법적으로 책임질 사람은 없다. 전국의 모든 국민들은 하나같이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사망자에 대한 후속 조치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정쟁을 삼가면서 사고 수습에 마음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행정에 책임있는 인물들이 정제되지 않는 말을 마구 하고 있어 개운치 않다. 행정안전부장관은 경찰이 사전 대비에 소홀했다는 말에 대해 "인력이 있었어도 대비하기 어려운 사고였고 예년 수준의 인파"라고 말했다. 사과는 했지만 치안 책임자로서 경솔한 말을 한 것 같다. 더 역겨운 것은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란 사람은"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싱크탱크에서 그 같은 인물이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을 보면 연구원의 실체를 알만하다.

정말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젊은이들이 압사한 사고전말을 번연히 알면서도 엉뚱한 문제를 만들어 정부를 공격하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려고 한다. 정쟁을 삼가겠다는 민주당에서 사고원인을 정부에 돌리려는 분위기가 슬슬 일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제부터 우리는 재해든 인재든 사회적 각종 사고에 대처하는 준비를 세심히 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라'고 했다. 꽃다운 젊은이들의 영전에 고개 숙이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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