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
[좋은시를 찾아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
  • 승인 2022.11.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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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화 시인

해亥시는 몽상의 구간, 감수성 예민한 당신은 저녁형 인간입니다. 일인용 욕조에 누워 양수에 둥둥 떠 있던 때를 떠올려 봅니다. 감성의 물꼬를 여는 곳은 욕조만 한 곳도 없습니다

몽상과 잠 사이를 오가는 섬

몸의 언어가 빼곡하게 기록된 침대에 누웠습니다. 품이 넓은 만큼 과묵한 당신은 근심의 뼈마디 사이 불안이 살고 있어, 뒤척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울적한 상념을 불러냅니다

행간 너머 숨어 있는 비문

책벌레 같이 꼬물거리는 글자들은 나와 눈을 맞추려고 먼 행성에서 달려온 별빛입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마음을 나누지 못한 사무친 날들이 등껍질 단단한 곤충처럼 글썽입니다

사뭇 진지하게 관망하는 달

피할 수 없는 현실은 몽상가가 넘어야 할 벽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 우주는 모두 내 편이기에 모두에게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머지않아 코로나 블루*의 시간이 끝나면 밤하늘 별들이 더 선명해질 것 같습니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19와 우울감이 합쳐진 신조어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함

◇김건화= 경북 상주 출생, 2016년《시와경계》신인상 등단, 동서문학상, 산림문화공모 등에서 수상, 형상시학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시집 『손톱의 진화』.

<해설> 코로나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스로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 결코 나쁘지 않다. 몽상을 하든 상상을 하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침대에 누워 있어도 책을 읽어도 따뜻한 습도로 가득 찬 욕조 안에서도 오로지 선명히 빛나는 별을 보기 위해 지나쳐야 할 시간이다. 모든 것들엔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이 곧 희망이기 때문이다.

-김인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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