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갤러리, 민화연구가 장경희 개인전
대백갤러리, 민화연구가 장경희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2.11.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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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민화와 조각의 아름다운 앙상블
‘흙으로 빚은 책가도’
장경희작-책읽는소년
장경희 작 ‘책읽는 소년’(테라코타)

평면적인 민화인 책가도(冊架圖)가 흙과 만나면서 입체미로 새롭게 태어났다. 민화연구가 장경희가 두 번째 개인전에 흙으로 빚은 민화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전통 민화의 재해석을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한 테라코타 작품 20여점을 모았다.

흔히 책거리 혹은 책가도라 하면 책과 벼루, 붓, 붓꽂이, 두루마리꽂이 따위의 문방구류를 기본으로 하면서 꽃병과 주전자, 시계 따위의 방안에서 쓰는 물건들을 배합해 그린 그림을 말한다. 일종의 동양식 정물화 인 셈. 책가도는 조선 22대 정조 때부터 그 열풍이 시작됐는데, 당시 정조는 창덕궁 어좌 뒤에 있던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를 치우고 책거리 병풍을 세우라고 명했다고 한다. 특히 책거리는 19세기 후반 민화의 단골 소재가 됐는데 상류층은 책거리에 중국 도자기 등을 진열해 골동품 수집 취미를 드러냈고, 서민들은 책거리 민화를 통해 출세와 행복을 빌기도 했다.

민화연구가이며 조각가인 장경희가 책거리가 가진 보편적 미학이 아닌 새로운 미학인 담긴 테라코다 책거리인 ‘흙으로 빚은 책가도’를 제작해 8일부터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책거리에 흙이라는 물성을 가미하면서 타라코타 책가도로 환원한 작품들이다. 이지적인 책거리가 투박한 질감의 흙을 만나면서 따뜻한 정서로 거듭나고, 평면성은 입체미로 전환했다.

그는 흙이라는 물성을 새롭게 채택한 데 이어 또 다른 현대성도 끌어들인다. 조선시대 책거리의 이미지 위에 현대적인 감성의 물건이나 이미지를 장식처럼 살짝 얹어놓는다.

그가 빚은 전통적인 이미지가 신선한 외형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흙 특유의 질감과 함께 아크릴의 산뜻한 색채미도 빠트릴 수 없다. 질박함과 산뜻함은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인 요소인데, 작가는 그 접점을 찾았다. 아크릴은 전통 석채와 같은 깊고 부드러운 맛은 부족하지만, 산뜻하고 강렬한 색채로 현대적인 미감을 자극하고 있다. 아크릴 안료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현대적인 취향 때문만은 아니다.이미 그는 민화를 통해서 전통적인 분채와 석채를 마스터하고 난뒤, 테라코타 민화에 어울리는 색채로써 현대적 미감의 아크릴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종이 민화에서 테라코타 민화로 전환은 그에게 있어서는 전혀 낯선 일은 아니다. 민화를 그리기 이전, 원래 영남대 조소과에서 조각 공부를 했다. 숨 가뿐 사회생활로 잊은 예술 감성을 민화를 통해서 다시 일깨웠다. 오랜 방황 끝에 찾은 것이, ‘테라코타 민화’라는 민화와 조각의 아름다운 앙상블이다.

이번 전시에 대해 그는 “단순한 새로운 출발의 신고식이라기보다는 오랜 방황 끝에 찾은 그의 딱 맞는 옷을 선보이는 흥분된 잔치인 것”라고 했다. 전시는 13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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