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물들어가는 소리로
아름답지만
떫은맛 삭히지 못하는
나는,
여물지 못하는
시간 속에 서서
가을이
혼자 서럽고 아파
노랗게 물든 은행잎 위에
스산한 마음 눕힌다.
◇심정숙= 1962년 대구 출생. 2017년 <한비문학> 시 부문 신인상.
<해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고 환상적인 단풍의 계절이다. 세상은 그런 풍요와 환상적인 풍경으로 즐거운데 여물지 못하고 홀로 아파하는 것은 가을이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스산한 마음을 누일 수 있는 은행잎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정광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