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뉴트로 취미...겨울 감성 도둑, 바늘과 실의 컴백
[일상 속 디자인 기행] 뉴트로 취미...겨울 감성 도둑, 바늘과 실의 컴백
  • 류지희
  • 승인 2022.11.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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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매듭공예 ‘라크라메’
두꺼운 실로 원하는 매듭 제작
액자·커튼 등 다양한 연출 가능
입체적인 십자수 ‘프랑스자수’
바느질 기법 따라 다채로운 맛
파우치·싫증난 셔츠에 포인트
생계 수단이었던 ‘바느질’
MZ세대 차별화 수단으로
옛것 재해석, 트렌드 부상
 
찬 바람이 부는 가을,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오랜 취미이자 이색여가활동인 뜨개질과 라크라메 공예 작품이다.
찬 바람이 부는 가을,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오랜 취미이자 이색여가활동인 뜨개질과 라크라메 공예 작품이다.

어릴 적 가을 단풍이 무르익고 찬 바람이 불어올 때면 다가올 겨울을 미리 준비하곤 했다. 친구들과 함께 겨울방학을 기다리며 이번 겨울은 또 어떤 추억거리를 만들며 보낼지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들떴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밖에서 즐기는 활동보다는 따뜻한 온기가 풍기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이색 취미들을 찾곤 했는데, 그 중 털실로 목도리를 짜고, 폭신한 방석을 만들었던 추억들은 여전히 보슬보슬한 털실 만큼이나 포근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뜨개질로 꽈베기 패턴을 짜느라 밤을 지세우고, 손톱만한 나무조각들을 핀셋으로 정교하게 붙여 만들던 미니어쳐 하우스 등 꼬물꼬물 손재간을 부려 탄생하는 취미활동들이 많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함께 모여 수다를 떨며 한 줄씩 실을 짜내려가던 아트워크 공방도 있었다. 이러한 취미활동이 지금은 개개인의 집에서 하는 나홀로 취미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자랑할만한 이색적인 작품활동이 되기도 한다.

경기가 어려울 땐 복고풍이 유행을 한다는데 요즘이 그런 때이다. 뜨개질과 라크라메 공예 작품.
경기가 어려울 땐 복고풍이 유행을 한다는데 요즘이 그런 때이다. 뜨개질과 라크라메 공예 작품.

 

경기가 어려울 때 복고풍이 유행을 한다고 하는데, 요즘과 같은 시기가 딱 그런 때이다. 첨단을 달리는 현시대에 추억이 담긴 옛날 DIY(do-it-youself) 작품 활동들이 요즘 다시 돌고 돌아 인기인 것만 보아도 실감이 난다. 옛 향수에 현대식 감각을 더한 ‘뉴트로 감성(Newtro)’의 DIY 활동들 중에는 대표적으로 ‘라크라메 공예’가 있다. ‘매듭공예’라고도 불리는데 핸드메이드 방식의 서양식 매듭 공예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꺼운 실을 사용해 다양한 매듭을 지어 모양을 내는 방식이다. 만드는 방법이 비교적 쉬운 편이기 때문에 누구나 재료를 구매하여 혼자 연구하고 따라해보며 만들어 볼 수 있다.

라크라메 작품들은 지금은 사라진지 오랜, 찾아보기 힘든 뜨개질 공방에서 많이 보던 작품들과 매우 유사하게 닮아 있다. 가늘고 긴 나무 막대에 굵은 실을 감아 아래로 매듭을 땋아내려가기 시작하는데, 기존적인 매뉴얼은 있지만 매듭의 크기와 모양 어느것 하나 정답이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감각을 살려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혹여나 만드는 도중에 줄의 길이를 잘못 정하거나 꼬이는 실수를 하더라도 오히려 그 것 자체로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이색 작품이 된다. 이처럼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한 ‘커스터마이징 작품’이기에 만드는 과정에 대한 재미와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 모두에 대한 충족감이 높다.
 

필요한 재료라고는 실과 나무막대, 손이 전부이기에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작품활동이다. 도구 없이 맨손으로 한 땀 한 땀 모양과 크기, 각도 등을 만들어 내는 수공업작품으로, 정교함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묻어나 인테리어 오브제로도 많이 찾고 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던 일에 전문성이 생겨나 수익을 내는 직업으로 전향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인의 투잡으로 라크라메 공예 작품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다.

주로 아이보리 컬러의 실로 북유럽풍의 감성이 느껴지는 벽걸이 작품이 가장 많이 제작되어 분위기 있는 카페나 실내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애용된다. 벽면 액자, 모빌, 커튼, 옷, 가방 등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얇은 페브릭 위에 꽃 잎 한 장 한 장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스티치(바느질) 기법으로, 고퀄리티의 자수작품을 만들 수 있는 프랑스자수이다.
얇은 천 위에 꽃 잎 한 장 한 장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스티치(바느질) 기법으로, 고퀄리티의 자수작품을 만들 수 있는 프랑스자수이다.

한 때, 십자수 역시 꽤 오랫동안 열풍이 불었다. 바느질을 한자 열십자(十)모양으로 반복해서 기워가다보면 예쁜 그림이 완성되는 작업이다. 이 역시 지금은 ‘프랑스자수’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에 십자수가 평면적이였다면, 프랑수자수는 바느질의 기교가 좀 더 업그레이드 되어 입체적인 작품을 구현해 낼 수가 있다. 꽃 한 송이를 수 놓더라도 꽃 잎 한 장 한 장이 동글동글 입체적으로 살아나도록 바느질을 놓는 것이 관건이다. 그 만큼 바느질을 하는 스티치 기법도 매우 다양하여 같은 스케치의 도안이여도 스티치 기법에 따라 색다르게 표현될 수 있어 흥미롭다.

한 땀식 다양한 바느질 기법을 시도하며 집중을 하고 있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에 안정감이 찾아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덤으로 멋진 자수작품까지 생기니 작업을 할 때마다 하나씩 쌓여가는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희열감이 느껴진다.

오래된 파우치에 귀여운 푸들강아지 자수를 놓아 새롭게 리폼하였다. 기존 기성품에 이처럼 약간의 핸드메이드 손길을 더하면 나만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색다른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오래된 파우치에 귀여운 푸들강아지 자수를 놓아 새롭게 리폼하였다. 기존 기성품에 이처럼 약간의 핸드메이드 손길을 더하면 나만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색다른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잘 사용하지 않는 밋밋한 파우치에 귀여운 푸들 강아지 모양의 자수를 바느질하여 새롭게 리폼 사용하거나, 오래되어 싫증나는 티셔츠에도 가슴부분에 원하는 디자인의 로고를 자수로 놓으면 완전히 새로운 느낌, 새로운 브랜드의 옷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아주 옛날, 우리 어머니 세대에는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삯바느질로 옷을 만들어 자식들을 길러 내셨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위한 소비’, ‘나만의 것’, 즉 일률적인 공산품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것을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차별화된 충족감’이 이유이다.

이처럼 작게는 일상적인 소품부터 크게는 인테리어공간의 셀프디자인과 시공까지 몸소 다 만들어서 사용하는 비전문가들의 커스터마이징 디자인 시장이 점점 확장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더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내가 직접 손으로 만든다는 것’, 옛스러운 촌스러움이 아니라 되려 새롭게 재해석하여 멋스러움이 된 복고풍의 새로운 변신이다.

‘뉴트로(Newtro)’! 옛 감성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젊은 MZ세대들에게는 신박한 취미거리로 꽤 오랫동안 지속될 듯하다. 올해는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겨울, 느긋하고 따뜻하게 털실자수나 라크라메 공예와 함께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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