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심리적 트라우마는 반드시 극복된다
[치유의 인문학] 심리적 트라우마는 반드시 극복된다
  • 승인 2022.11.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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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6일이 지났다.
악몽 같은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의 아픔과 긴 코로나 19의 블루를 막 통과한 시점이라 상처는 더 컸다. 현장에 참가했던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방송보도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영상은 일반 시민들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필자는 2014 세월호 때부터 지금까지 국가재난 트라우마 현장에서 시민들을 상담하고 치유했다. 방치한 트라우마는 반드시 흔적을 남기는 걸 현장에서 목격했다. 마음의 병 트라우마를 절대 가볍게 봐서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라우마는 분명히 치유가 된다. 85%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인간이 가진 '회복탄력성'의 힘으로 이겨낸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대상자들 중 약 15%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다는 걸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피해자들이나 사망을 직접 현장을 목격하신 분들과 유족들은 직접 피해당사자들이다. 또한 일반인이지만 공감능력이 특별히 뛰어나신 분들이나 과거에 트라우마 상황을 경험하신 분들은 간접 대상자들이다. 우리는 그분들을 급성기 혹은 위험군 트라우마 대상자들이라 부른다. 신체에 발생한 상처가 사람에게 흔적을 남기듯이 마음에 발생한 상처도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심리상담의 적기를 놓쳐서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가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주민들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할 때다. 필자와 비슷한 또래의 50대 남성을 상담하는데 그분의 심리적 불안감은 특별히 높았고 강했다. 이유는 집안에 있는 모든 가전제품들과 가구들을 모두 노끈이나 테이프로 결박에 가까운 묶음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려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했고 그래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담을 하면서 필자는 그분이 어린 시절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때 받은 충격을 치유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것이 원인이었다. 치유되지 않는 트라우마는 언제든 새로운 트라우마가 발생하면 과거에 꼭꼭 숨겨놓은 트라우마를 불러내 더욱 더 강력한 힘으로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걸 현장에서 여러 번 목격했다.

급성기 트라우마의 현상은 다음과 같다. 불안의 이유를 알면 이길 수 있는 이치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불안과 공포, 분노와 경기와 같은 현상을 트라우마 정서반응이라고 부른다. 또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식은땀이 나고 식욕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의식이 무뎌지는 현상은 신체반응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사고 장면이 연상되거나 꿈에 악몽을 꾸는 현상은 행동반응이라고 부른다. 이런 정서, 신체, 행동의 반응들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일어나면 반드시 가까운 병원에서 전문가의 진단을 받기를 권고한다. 그래서 필자는 그동안 트라우마 치료현장에서 많은 효과를 본 몇 가지 심리치료 활동법을 소개하려고 하니 꼭 기억하셨다가 수시로 활용하시면 많은 심리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

첫 번째는 호흡법이다. 조용한 공간에 소파와 의자에 앉아 몸과 마음을 잠시 이완시킨다. 이후 코로 깊게 숨을 들여 마시고 입으로 길고 천천히 내뿜는다. 이때, 머릿속으로 하나에서 일곱까지 숫자를 헤아린다. 포인트는 몸의 호흡과 머리의 숫자 세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걸 5에서 10회 정도 몰입과 집중해서 하면 거짓말처럼 불안심리가 사라진다.
두 번째는 스스로를 포옹하며 토닥이며 위로하는 셀프 허그법이다. 트라우마의 가장 많은 병변형태는 불안이다. 불안이 심해지면 공포가 되고 그 공포는 공황장애가 된다. 불안이 공포가 되기 전에 차단해야한다. 추울 때 자신을 몸을 감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른손은 왼쪽어깨를 감싸 쥐고 왼손은 오른쪽어깨를 감사 쥐며 스스로를 토닥여주며 위로해주는 동작을 반복하는 활동법이다. 쉬운 동작이지만 효과는 의외로 크다. 위로와 위안을 스스로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왼손을 펼친 상태에서 살포시 말아 쥐면 세끼손가락과 약지손가락이 만나는 중간 지점이 있다. 그곳을 반대 손 엄지손가락으로 지긋이 1초에 한 번씩 총 10회를 숫자를 세며 누르면서 맨 마지막은 약간 큰 소리로 '10'이라고 크게 외치는 동작이다. 이 자리가 한의학에서 말하는 소위 우황청심환 혈자리 '소부혈'이다. 누르는 몸의 동작과 숫자를 말하는 동작은 몸과 머리를 동시에 쓰는 활동이다. 이 세 가지 동작은 불안 심리를 가장 빠르고 분명하게 소멸시켜주는 행동치료법이다. 의외로 효과가 좋으니 꼭 기억하면 좋겠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도 결국에는 공감과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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