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가짜’속에서 진실 캐기
[의료칼럼] ‘가짜’속에서 진실 캐기
  • 승인 2022.11.06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호 대구시 의사회 부회장 대경영상의학과 원장
세상은 요지경이다. '가짜'가 넘쳐나 진짜 행세를 하고, 진실은 오리무중인 혼돈의 세월이다. 잘 포장된 '가짜'가 하도 많다보니 진짜인 것으로 속고 살기도 하지만, 어쩌다 알게 된 '가짜'는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기도 한다.

중국 북경에서 한 시간 거리의 하북성 탁주시에 가면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붐비는 삼의궁(三義宮)이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삼국지의 세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가 복사꽃 아래에서 의형제를 맺은 역사적 현장이다. 고색창연한 사당은 물론이고 도원삼결의라 쓴 비석도 멋드러진 이곳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삼국지의 세 주인공처럼 폼나게 의형제를 맺으려는 사람들이 결의형제의 의식을 치루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다. 그런데, 삼국지에는 도원결의를 맺은 도원은 장비의 집 후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삼의궁은 유비의 생가 부근에 조성되어 있고 장비가 살았던 충의점이란 마을은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6km 떨어진 곳에 있다. 삼국지 주인공들의 데뷰 무대였던 도원을 찾아 북경 일대를 수 백년간 샅샅이 수색하였으나 장비의 집을 끝내 찾지 못하자, 예전부터 알려져 있던 유비의 집에 도원을 임의로 만든 것이다. 즉, 도원결의의 명소인 삼의궁은 잘 꾸며진 관광용 '가짜'인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그 실체를 알고 보면 어이없는 '가짜'가 의료계에도 있다.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간호사 단독법'이 바로 그것이다. 현행 의료법 내에 정의되어 있는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업무 규정 중 간호사에 대한 조항만 따로 빼내어 독립된 법안으로 확대하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간호사의 업무 안정 및 근무 환경 개선이 가능해져 국민의 건강권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이미 전 세계 96개국에서 시행중이라며 민주당과 간호사협회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OECD국가 중 '간호사 단독법'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11개국뿐이다. 그나마 외국의 간호사법 내용은 간호사 면허관리기구의 설치 및 구성, 교육-자격-면허-등록, 간호사에 대한 환자불만 조사, 징계 등 면허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처럼 간호사의 업무 및 권한 확대와 처우개선의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이를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 단체가 결사 저지를 선언하고 연대 투쟁에 나서고 있어 의료계 내부의 대립과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헌신한 모든 보건의료직역의 처우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도대체 왜 간호사만 특별대우를 받으며, 오히려 타 보건의료직역을 감시 감독하는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려 하는지, 정치권과 간호사협회의 속내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간호사 단독법'의 실체는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방문진료 등 돈벌이 사업에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려는 배타적 직역 이기주의일 뿐, 국민건강권 향상 등 공익을 위한 선의는 결코 아니다. 국민건강권 향상과 간호사 처우 개선으로 너무나 잘 포장된 '간호사 단독법', 역시 완벽한 가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자 공적 부풀리기의 '가짜'가 풍년이다. 방역의 공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여기저기 넘친다. 생활치료센터와 드라이브쓰루 진료 시스템, 입원할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던 2,500명을 전화로 케어했던 의사자원봉사단, 산모와 신장투석자를 위한 진료 시스템 등은 누가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었을까? 자기 병원을 던져두고 의료봉사를 지원한 400여명의 의료진은 누구이며,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부족했던 방호복, 마스크 등 의료 자원과 병실, 인력을 공유하고 유기적인 협업을 조율해 준 메디시티대구 협의회는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 넘치는 '가짜'속에서 진실을 알고 싶다면 대구광역시의사회가 펴낸 코로나19 백서의 일독을 권한다. 코로나19 백서는 여러 관계 기관에서 제작한 몇 종류가 있으나, 그중 대구광역시의사회가 펴낸 코로나19 백서는 역사적 실체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기록하여 역사적 기술에 충실하다.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같이 회의하고 일하던 대구광역시의사회의 의사들이 당시의 일을 기술하고, 회의 자료를 모아 수록하였으며, 직접 촬영한 사진을 넣었고 각종 숨겨진 19가지 에피소드를 실었다. 백서는 한정판이라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으나 대구광역시의사회에 문의하면 CD형태로라도 구해 볼 방법이 없지 않으니 일독을 권장한다.

책꽂이에서 먼지와 함께 잠자던 삼국지를 애써 꺼내어 삼국통일을 꿈꾸던 영웅들의 무용담을 다시 음미해보자. 법안 하나에 왜 그렇게 보건의료단체들과 간호사협회의 싸움이 시끄러운지 '간호사 단독법'의 자료를 찾아서 정독해보자. 대구광역시의사회 코로나19 백서를 찬찬히 읽어 2020년 대구를 지켜낸 코로나19 영웅들을 만나보자. 깊어가는 가을, 수많은 '가짜'속에서 진실을 캐어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