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한 뼘 주차할 자리 찾아
헤매다 가는 길이라 해도
찌그러진 의자, 커다란 돌덩이, 버리려고 내놓은
이불보따리 조차 턱하니 나와 앉아
거부의 몸짓을 보이는 거기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나에게도 두 팔 벌려 환영받는 길로
진입할 생이 오기나 할까
본닛 위에 떨어진 장미꽃잎에도
비애가 서린다
◇이해리= 경북 칠곡 출생. 1998년 사람의 문학으로 활동 시작, 평사리문학대상 수상(03년), 대구문학상 수상(20년),한국작가회의 대구부회장 역임,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미니멀라이프, 수성못<20년 학이사>외.
<해설> 요즘은 도심 어디에나 주차전쟁이다. 자기 집 앞에 주차금지 표시를 하느라 갖은 물건을 갖다 세워놓은 그 모습 또한 장관이다. 한 집에 몇 대씩 차를 소유하고 있으니 그 차들 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비집고 들어가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다. 사람 사는 일도 이렇게 비집고 들어가 내 자리를 만드는 일인 것 같다. 편안함을 얻는 대신 또 불편함도 함께 감수해야 하는 것이 문명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선택이다. 장미의 화려함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김인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