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연출가 구지영, 새 형식 쇼케이스 ‘나르키소스’ 공연
뮤지컬 연출가 구지영, 새 형식 쇼케이스 ‘나르키소스’ 공연
  • 황인옥
  • 승인 2022.11.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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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뮤지컬·마임 융합한 새 뮤지컬 무대에
무용수와 협업한 DIVE가 단초
전국서 첫 시도 ‘신선하다’ 반응
시나리오부터 웹툰작가와 작업
“호기심 많아 장르에 한계 안 둬”
뮤지컬나르키소스공연모습
뮤지컬 쇼게이스 ‘나르키소스’ 공연 모습.
뮤지컬 쇼케이스 ‘나르키소스’ 연출과 작곡을 담당한 구지영.

뮤지컬 작곡가이자 뮤지컬 전문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구지영이 뮤지컬과 웹툰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쇼케이스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소식은 그의 지난 여정에 비춰보면 새로울 것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뮤지컬과 무용, 뮤지컬과 마임, 뮤지컬과 미술과의 컬래버레이션을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웹툰이 영상매체의 핵심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대적인 현상을 그가 놓치지 않고 뮤지컬 분야에 반영해 보려는 시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뮤지컬과 웹툰의 융합은 이번 작품이 전국에서도 첫 시도인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 뮤지컬과 웹툰이 융합한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 ‘나르키소스’

지난 6일 오후 5시에 쇼케이스 공연으로 달서아트센터 청룡홀 무대에 오른 뮤지컬 ‘나르키소스(narcissus)’의 첫 장면은 영상으로 펼쳐낸 웹툰이었다.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를 웹툰과 뮤지컬의 컬래버레이션 형식으로 제작했다.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사랑에 빠져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갈망하다가 죽은 신화 속 인물이다. 그가 죽은 자리에 꽃이 피었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나르키소스(수선화)라고 불렸고, 이후 자기애(自己愛)가 절대적인 심리상태를 나르시시즘으로 명명했다.

뮤지컬 쇼케이스 ‘나르키소스’는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를 원작으로 각색됐다. 이날 첫 무대는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 영상과 나레이션으로 펼쳐지고, 마임이스트 정호재가 나르키소스의 내면을 표현하는 마임으로 시작됐다. 극은 어느 연구소에 나르시시즘에 빠진 천재 박사 ‘나르키소스’가 등장하며 관객들의 긴장감을 부추겼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천재적인 두뇌로 미래까지 내다보는 능력을 발휘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해온 과거를 웹툰과 나르키소스의 나레이션으로 담담하게 보여줬다.

독보적인 천재성으로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태도로 스스로를 고립시킨 그의 내면에 에코라는 신입 조수가 출근하면서 미세하게 균열이 시작된다. 나르키소스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에코는 어린시절 그와 한 번 스쳤던 인연의 인물이었다. 외부와의 접촉은 나르키소스의 고립을 강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에코를 자신을 대신해 외부와 접촉하는 일을 맡겼고, 그는 자신과 같은 사고회로를 가진 AI를 개발하는 일에 매진했다. 그리곤 마침내 또 하나의 존재인 ‘나르시스’가 완성이 되지만 그는 자신을 닮은 AI와 사회성이 결여된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에코를 보며 ‘아름다움’에 대한 여지를 열어놓는다.

이날 공연은 전체 내용을 축약한 일부로만 공연을 진행하는 쇼케이스 형식이었고, 등장인물도 단출했지만, 웹툰과 뮤지컬, 마임의 융합으로 무대는 빈틈 없이 채워졌다. 관객들은 나르키소스와 에코, 그리고 나르키소의 내면을 표현하는 마임이스트 등 세 배우의 절제된 연기로 나르키소의 내면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뮤지컬과 웹툰의 융합에 대해 관객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사실 이 작품의 단초는 구지영이 지난해 연출한 넌버블 작품 ‘다이브(DIVE)’가 제공했다. 그는 ‘DIVE’에서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성공에 대한 갈망만으로 예술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는 불안정한 예술가의 삶을 표현했다. 당시 예술가의 삶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며 “‘나르시스트’적인 태도가 예술가의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번에 웹툰과의 협업으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 호기심과 열정으로 장르의 확장 이끄는 작곡가겸 연출가 구지영

이번 작품을 구상하면서 웹툰이라는 또 다른 장르에 대한 공부가 시작됐다. 사실 웹툰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다. 어린시절 즐겨 접했던 만화에 대한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향수를 자극하고, 네이버나 다음 등의 거대 인터넷 플랫폼에 연재되고 배포되면서 웹툰은 영상 매체의 핵심 콘텐츠로까지 각광받는 현실에까지 이르고 있다. 인기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경우는 이제 일반적인 공식이 될 정도가 됐다.

웹툰의 영상으로의 확장력은 시나리오를 그림으로 그리는 스토리 보드의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웹툰은 소설 등의 다른 원작들에 비해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이 비교적 용이하고, 원작을 본 독자들에게도 위화감이 적을 수밖에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구지영은 영상 매체가 기존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던 것과 달리 웹툰 작가와 시나리오부터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뮤지컬 시나리오를 함께 짜고, 웹툰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음악과 대사를 입혔다. 그는 뮤지컬 넘버 작곡과 연출을 전담하고, 대본 제작에도 참여했다. 이번 쇼케이스 작품은 2022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명작산실쇼케이스 후원으로 만들 수 있었고, 내년에 후속 지원을 받게 될 경우 1시간 30여분 분량의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뮤지컬계에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로 남을 수 있는 작품인 만큼 본 공연으로 완성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그의 출발은 작곡과 연주였다. 뮤지컬 공연에 음악과 연주를 담당하게 되면서 뮤지컬 연출에 대한 꿈을 키웠고, 2010년부터 연출가 생활이 시작됐다. 이후 미술, 무용, 웹툰, 마임 등과의 협업 형식의 공연들에 계속해서 도전했고, 클래식, 재즈, 가요,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뮤지컬 음악의 다양성도 확보해갔다.

“호기심이 많아 한 장르에만 갇히는 것을 싫어했어요. 표현하는데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았죠. 타 장르와의 협업 과정도 너무 재미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의 호기심은 이번에도 좋은 결실을 낳았다. 지난 6일 공연이 끝난 다음날인 7일엔 ‘호러와 함께, 2022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에서 그가 작곡과 음악을, 이하미가 윤색과 연출을 맡고, 홍지수와 석민호가 더블캐스팅된 작품 ‘셜록홈즈 시즌1:바스커빌가의 개’가 우수 기술상과 베스트 작품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장르와의 협연은 그의 작품 세계를 풍성하게 이끌었고, 그를 단련시켰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작곡)을 전공한 그가 새로운 장르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공부는 필수였고, 연출가의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2019년에는 명지대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연출가로 진출하고 지난 10여년은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상을 펼쳤다. 1년에 4~5개의 작품을 연출할 정도다. 연출, 작곡, 대본, 반주 등 1인 다역을 소화하고, 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공연예술을 선보이는 역량이 적은 예산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이다. 또한 그것이 계속해서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비결이기도 하다.

“뮤지컬 공연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뮤지컬을 배웠고, 뮤지컬 연출을 하며 다양한 장르에도 마음을 열어놓았어요. 모두가 저의 호기심이 준 결과였어요. 저의 호기심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며 저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열어갈 것입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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