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청년 문화의 해방구, 이태원
[수요칼럼] 청년 문화의 해방구, 이태원
  • 승인 2022.11.08 22: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시월에는 축제의 계절이라 할 정도로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지역 축제를 비롯한 전국 축제 수는 1,004개이며, 예산 규모도 3,788억 원이 투입되었다. 지역 축제의 경우 그 지역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거나 발전시키려는 목적으로 지역주민의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며, 외지인들의 지역 방문을 높이기 개최되며, 지역발전과 지역 주민의 화합 그리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청년들과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 축제를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는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많은 청년들과 외국인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이태원에 모여들었다가 좁은 장소에서 밀집된 군중에 떠밀려 참담한 큰 사고로 이어졌으며, 많은 국민들이 슬픔에 젖어 있다.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이태원 사고가 몇 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할로윈 축제는 전통 축제가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상업주의와 결탁했다고 비판가 있지만, 다른 지역에도 유사한 축제를 열었지만 이태원으로 모여든 이유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이태원은 슬픈 스토리를 안고 있는 장소이다. 조선 초에 오얏나무 이(李)를 써서 이태원(李泰院)이 된 후,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왜병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여성과 그들이 낳은 아이들, 그리고 일본에 잡혀갔다 돌아온 조선여자들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자 이방인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왜병들의 피가 많이 섞였다 하여 지명도 이태원(異胎圓)으로 변경됐으며,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끌려갔던 여인과 그 자식들도 이곳에서 정착하게 된다. 그후 북벌을 준비하던 효종이 배나무가 많은 곳이라 하여 이태원(梨泰院)으로 지명을 재변경하였다.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이, 그리고 6.25 전쟁이 끝나면서 미군이 주둔하였으며, 이태원을 중심으로 한남동, 동부 이촌동 일대의 외국인 전용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오늘에 이른다.

이처럼 한국 속의 외국이라는 특성을 가진 이태원에서 열리는 할로윈 축제가 청년들에게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이유가 할로윈 축제 때문일까? 할로윈 데이는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이 이날에는 죽은 영혼들이 되살아나 정령이나 마녀 등이 출몰한다고 믿고, 망령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유령이나 흡혈귀, 해골, 괴물 등으로 변장했다고 한다. 이후 8세기 유럽에서 가톨릭교회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 대축일로 바뀌면서 그 전날인 10월 31일을 신성한 전날 밤(All Hallows Evening)으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핼러윈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할로윈데이는 외국인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는 축제라는 공감대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설명이 부족하다.

할로윈 축제가 청년들과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축제가 가지고 있는 억압된 감정의 표현이 받아들여지는 일탈적인 요소 때문이다. 축제의 요소로는 제의적 요소, 이벤트성 요소가 있지만 청년들에게는 일정한 공간에서 일정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일탈적 행동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축제에서 일탈적인 요소란 일상생활을 탈피하여 일부분 지나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하며, 금기의 행동이 일시적으로 허용되는 것을 축제의 한 요소로 본다는 것이다. 이처럼 할로윈 축제는 이태원이라는 장소에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내에서 일탈적인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히피문화가 우리 사회로 대량으로 유입되었다. 지금은 꼰대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는 세대들이지만, 그 당시 청년들인 이들 사이에는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물결이 이루어지면서 장발,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 등을 청년 문화의 상징이라 생각했지만 기성세대인 부모들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았다. '자유, 저항, 퇴폐'가 록의 정신이라 하지만 이들 받아들인 청년 문화가 퇴폐적인 발산이나 이유 없는 반항으로 그치지 않고, 내부적으로는 창조적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운 경험이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축제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리고 한정된 시간에 방문객이 밀집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적 수용력을 감안해야 한다. 축제를 찾아갔는데 사람이 별로 없으면 오히려 실망한다. 이처럼 이태원 할로윈 축제의 경우 좁은 장소에서 일시적으로 사람이 몰려들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면 알 수 있었지만, 참사가 발생한 것은 안전불감증이 아직도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로 별이 된 청년들의 명복을 빌면서도 지역 축제가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