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공동체 가족문화: 노인, 육아, 저출산 문제 동시 해결책
[대구논단] 공동체 가족문화: 노인, 육아, 저출산 문제 동시 해결책
  • 승인 2022.11.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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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교수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마는 우리나라 노인과 어린이는 특히 소중하게 대접을 받아야 한다. 노인 세대는 우리나라가 절대빈곤 국가에서 G7 국가로 올라서게 하는 데 절대적으로 이바지한 세대이며, 밤낮없이 일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서 노인들을 보호하고 부양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면에는 치열한 삶의 경쟁을 겪어야만 했고 이를 보고 자란 젊은 층들은 고단한 삶을 견디기가 쉽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이와 같은 삶의 현장은 급기야 젊은 층들이 자녀를 낳지 않는 사회 분위기로 이어져 세계 최저 출산율로 어린이가 크게 줄어드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어린이들은 우리의 미래이며, 반드시 귀한 대접을 받으며 자라야 하는데 오직 지식교육과 경쟁에 내몰리는 현재 사회시스템으로는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육아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 전문가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노인복지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여성 전문가들은 출산장려를 위한 많은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으며, 기혼 세대는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아예 결혼하지 않고 반려동물과 가족을 이루어 사는 세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결혼하더라도 딩크족이니 하면서 자녀를 아예 낳지 않거나 부부 합계 출산율이 1명도 되지 않고 있다. 가임 여성 1명의 출산율이 1970년 4.5명에서 현재 0.84명으로 세계 최저치이며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5년 동안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총 380조원을 투자하여 같은 기간 태어난 아기 수가 626만 1467명인 것을 고려하면 아이 한 명을 낳을 때마다 6,070여만 원씩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엄청난 예산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올라가기는커녕 왜 계속해서 낮아지는 것일까?

이와 같은 현상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공동체 문화에 기반을 둔 ‘우리’의 문제로 보지 않고 서양의 개인주의 방식인 ‘나’의 문제로 해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노인 문제, 저출산 문제, 육아 문제를 분리하여 접근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으며, 분야별로 나누어서 접근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세 가지 사안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모두 사람(人)에 대한 문제이며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며 공동체 문제로 접근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가족공동체로 육아와 가정교육은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담당하며, 젊은 부부는 아이들을 조부모에게 맡기고 자기 일에 종사할 수 있었다. 이제 핵가족체제가 되면서 노인부양, 육아, 출산이 축복이 아니라 각각의 문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지금 대가족 제도로 돌아가기는 어렵고 사회적 공동체 가족 시스템을 구현하기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행정구역별 혹은 아파트 단지별로 어린이집과 경로당을 분리해 별도의 공간에 건축할 것이 아니라 한 건물에 마련하게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미래세대를 키우는 데 쉽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경우 노인들에게 육아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도록 하고 참여하는 노인에게는 일정한 교육비와 봉사료를 제공함으로써 노인 빈곤과 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부모의 육아 고민도 집과 가까운 곳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녀들을 돌보고 있으므로 편안하게 일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며,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 가족 시스템은 개인주의를 넘어 노인과 젊은 세대, 어린이가 함께 각자의 역할을 하는 공동체 삶이 회복됨으로써 세대 간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공유하는 공동체 가족문화가 되면 노인들은 소득과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고 젊은이들은 출산과 직장을 병행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안심하고 자녀를 출산하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노인 일자리 문제, 결혼세대의 육아와 직장 병행문제, 세계 최저의 저출산 문제를 따로따로 해결책을 찾을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노인, 육아, 저출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으며, 세대 간 갈등을 넘어 상호 협력으로 삶의 지혜가 대를 이어 전수되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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