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안전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려면
[교육논단] 안전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려면
  • 승인 2022.11.10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며칠 전 교육부에서 초·중등학교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실시하였다. 특히 다중 밀집 상황에 대한 안전 교육이 추가로 반영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와중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성찰을 재빠른 대처일 것이다.

개정에 따르면 학생들은 1, 2학년의 통합교과, 체육, 음악, 미술 교과에서 경기장, 공연장, 전시관과 같은 다중 밀집 환경에 노출될 상황의 안전 수칙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하였으며, 보건 교과에서 위기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을 배우게 되었다. 교과 외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는 교내와 교외 활동에 따른 안전 교육 항목이 신설되었고, 학생 규모와 다중 밀집도를 고려하는 안전 확보 매뉴얼 등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1, 2학년에서 주 1회꼴로 총 64시간 별도 실시되었던 ‘안전한 생활’ 교과에 대한 수업 자체를 없애는 것은 이전의 개정 내용과 동일하다. ‘안전한 생활’ 교과는 2014년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판교 환기구 붕괴 등 각종 사고 이후 정책적인 논의가 촉발되어 생겨난 교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안전한 생활 교과가 없었던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긴 하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호주 역시 별도의 안전 교과를 마련하기보다는 관련 교과목에서 안전 교육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안전한 생활 교과목이 없어지는 대신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로 구성된 통합교과로 흡수되어 수업 내에서 안전 교육을 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슬기로운 생활에서 공공시설을 어떻게 바르게 이용하는지에 대하여 배우면서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까지 공부할 수 있다. 안전한 생활은 교과로 운영될 때, 교과서와 지도서까지 있었기에 그것이 이론 중심이라는 비판이 있었더라도 나름의 교육과정 운영상의 체계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통합 교과서에서 이 부분을 어느 정도까지, 어떠한 방식으로 다룰지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일본 초등교육의 경우 저학년에서는 개략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고학년이 올라갈수록 다시 반복적인 내용을 배우되, 근본적인 원리, 세부적인 접근을 취하면서 깊이를 달리하고 있다. 또 특이한 점은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안전 교육 외에도 실제로 생활에서 학생의 성향, 활동성의 정도 등에 따라서 잘 다치는 학생, 안전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 학생 등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또한 안전 교육에 지자체의 협조도 대단히 효과적이면서 실천적일 수 있다. 대구영선초의 경우에는 2020년에 학생들이 중구청과 함께 학교 앞 통학로를 정비하는 안심 보행길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는데,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경험도 좋은 안전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6학년 학생들은 전문가와 함께 안심 보행길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도 하였으며, 사회 교과와 연계하여 안전한 보행길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찾았다. 이 사업의 결과 실제로 우리 학교 앞에는 녹색의 안전 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표식 형태의 길이지만 이 보행로가 생겨난 후에 학생들이 더욱 안전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대학 교육에 대하여서도 학생 대상의 심리지원 서비스, 2차 가해 방지, 집단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는 캠페인 실시 등을 지원하는 한편, 대학 내 시설 안전 점검, 각종 교육활동에서의 안전 교육 시행, 대학 안전관리계획 수립 등을 강화한다고 발표하였다. 콘서트장, 경기장, 각종 행사장 등에서 일어났던 각종 위험천만한 사건들을 보더라도 안전에 대한 교육이 초중등교육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

더불어 교육을 통한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에 포함되어야 할 ‘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훈련은 사실 반복적이어야 하고, 그래서 몸에 익어야 한다. 어쩌면 단순 반복의 훈련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연계하여 지도할 수 있을지, 그러면서도 훈련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더욱 많이 필요할 것이다. 안타까운 사건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