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중증 노인성 질환, 이제는 의료 돌봄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의료칼럼] 중증 노인성 질환, 이제는 의료 돌봄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 승인 2022.11.1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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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곽재혁 신경과 원장
얼마 전에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진료실에 찾아왔다. 필자의 권유로 모친을 요양원에 보내고 난 후에 약을 타기 위해서 방문했다. 이 환자의 모친은 수년전에 치매로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했으나 최근에 대소변 실수도 많이 하고 망상이 심해 돌보는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 가족이 돌 볼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 상태여서 여러 번 요양원 입소를 권유했으나 보호자들은 요양원에 보내는 것은 도의상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방문 요양과 함께 수년간 보호자들이 모친을 극진히 모셨지만 결국은 요양원을 선택했다. 요양원에 가신 후에 보호자들은 간병의 스트레스를 벗어나서 참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등 중증 노인성 질환에 걸린 환자의 보호자, 즉 가족들을 ‘제2의 환자’라고 하기도 한다. 간병으로 인해 가족보호자는 신체적 건강이 악화되거나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간병의 특성상 잠시라도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 등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초고령화시대에 접어드는 만큼 중증 노인성 질환의 인구는 점차 더 증가할 것이다. 간병의 역할을 보호자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식이 못하는 효도를 국가가 대신한다는 ‘제5의 사회 보험’을 모토로 2008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만들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는 요양원 입소와 같은 시설급여와 방문요양, 방문간호, 주야간보호등으로 가정을 방문하여 신체활동 및 가사활동등을 지원하는 재가 급여로 나눌 수가 있다. 초기 치매환자들이나 경증의 노인성 질환자들은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대소변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중등도가 심하거나 말기의 노인성 질환자는 요양원 입소를 적극 권장한다. 실제적으로 시설 입소 후에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는 시설들이 환자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촉탁의사가 방문하여 진료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보호자들은 말기 치매환자나 거동을 하지 못하는 중증의 노인성 질환자들조차도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이 돼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 번씩 길을 잃어버리거나 망상, 환각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중기 치매나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뇌졸중 환자들도 가사 지원 중심으로 하는 요양보호사의 방문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는 세밀한 건강관리를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외래 진료에서도 중증의 노인성 질환자를 볼 때에 정확한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를 자주 겪는다. 거동이 불편해서 보호자만 오는 경우, 특히 동거하지 않는 보호자나 나이가 많은 배우자가 방문을 할 경우에는 자세한 건강상태를 의사가 알기는 더욱 어렵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으로는 중등도의 환자를 관리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의료와 돌봄이 통합된 서비스가 필요하다. 일본은 지역포괄케어센터를 통해 거동이 힘든 중증 환자를 의사가 방문해 진료를 볼 수 있게 연결을 해준다. 우리나라도 의사의 방문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홍보와 시스템 부족, 저수가 등으로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낮다. 하지만, 초고령화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방문 진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간호협회에서 추진하는 간호법이 간호 돌봄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간호법이 제정이 된다면 간호사가 주도하는 간호 돌봄 서비스로 시스템이 정착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의료와 간호를 분리하게 되어 국민에게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일본과 유럽도 시행착오 끝에 의사를 중심으로 의료와 돌봄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많은 국민들은 중증의 노인성 질환자들도 재택에서 안전하게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 정치권은 더 이상 소모적인 간호법 제정 논쟁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권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역 1차 의료 중심의 재택모델을 통해 의료와 돌봄이 유기적인 통합을 할 수 있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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