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김진아 “위트·여유 갖춘 ‘심청전’ 기대하세요”
소리꾼 김진아 “위트·여유 갖춘 ‘심청전’ 기대하세요”
  • 황인옥
  • 승인 2022.11.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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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회관 18일 무대
음악성·문학성·예술성 뛰어난
강산제 보성소리 심청가 첫 완창
심봉사·심청이·뺑덕어멈 등
배역별 연기·소리 준비 ‘최선’
스윙재즈풍 편곡·뮤지컬 협업
현대적 형식 더해 대중화 노력
판소리꾼-김진아
판소리꾼 김진아.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다양한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판소리꾼 김진아는 이 시대 젊은 소리꾼의 사명을 준엄하게 받아 들여왔다. 뮤지컬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기도 하고 심청전을 3회에 걸쳐 공연하면서 서양의 신디사이저 등 전통악기들 사이에 반주 악기로 슬쩍 끼워 넣기도 하는 등 타 장르와의 협업으로 전통판소리에 현대적인 기운을 불어넣고자 노력했다.

판소리꾼으로 인생을 건 그가 열린 행보를 걸어올 수 있었던 이면에 ‘판소리의 대중화’라는 대명제가 숨어 있다. 그가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표현하여 희노애락의 대서사를 표현하며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장르로 판소리만큼 완벽한 장르는 없다”며 판소리의 매력을 설명했다.

관건은 ‘온고지신(溫故而知新)’. 옛것을 어떻게 현대인의 미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해 내느냐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들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판소리가 활성화되었던 조선시대에는 대중적인 장르였지만 현대에 와서 국악 중에서도 마니아들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그가 인식한 판소리의 현주소다. 하지만 그는 인식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판소리 주인공들이 서민들이기 때문에 대중과의 소통지점이 높다고 봐요. 좀 더 현대적인 형식을 가미할 경우 대중성을 확보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이런 인식 이면에는 “마니아의 예술을 대중의 예술로 변화 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숨어 있다.

판소리꾼 김진아의 완창 무대가 18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인 ‘판소리 완창 시리즈’에 초대되어 ‘김진아의 강산제 보성소리-심청가’ 공연을 펼치게 됐다. 2012년에 선보인 ‘흥부가’ 완창 무대에 이은 두 번째 판소리 완창 공연이다. 고수 고정훈과 함께 하는 이날 공연은 전통판소리 ‘심청전’에 집중한다. 고정훈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5회 판소리고법 이수자며, 제41회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 및 화고판소리고법보존회 이사를 맡았다.

“문화예술회관에서 좋은 기획을 하고 저를 초대해 주셔서 완창 무대를 선보일 수 있게 됐어요. 이런 기획은 젊은 소리꾼들에게는 오아시스같은 무대여서 더 반갑고 감사한 것 같아요.”

‘심청전’은 널리 알려진 효녀 심청이 눈먼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가 용왕의 도움으로 환생하여 아버지의 눈까지 뜨게 한 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판소리다. 이날 공연에서 김진아는 3시간에 달하는 심청전 완창 무대를 꾸민다. 1부에선 곽씨 부인이 봉사 가장을 공경하는 대목부터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을 부르고, 2부에선 범피중류부터 부녀상봉 대목까지 열창한다.

이번에 공연할 ‘심청전’은 다양한 유파 중에서 박유전에서 정재근으로 전승된 소리인 ‘강산제’, 정재근에서 정응민으로 전승된 소리인 ‘보성소리’로 분류된다. 강산제 보성소리의 ‘심청가’는 음악적 문학적 이면과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는 강산제 보성소리 ‘흥부가’ 완창에 이어, ‘심청전’까지 완창했다. 이번 공연은 그의 강산제 보성소리 ‘심청전’ 완창 첫 발표회가 된다.

최근에 만난 그는 목소리가 잠겨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한 탓에 목에 문제가 생겨 공연전까지 회복을 위해 일주일 정도 묵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스승인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였던 성창순 선생이 2017년에 타계함으로써, 사실상 그의 소리를 점검해 줄 스승이 부재하고,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연습뿐이었다. 다행히 스승의 생전 소리를 녹음한 자료들이 있어 음원을 열심히 듣고 있다고도 했다.

“이제는 홀로 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스승님의 가르침이 제 몸 속에 내재되어 있고, 스승님의 생전 소리를 저장해 놓은 자료들이 있어 스승님과 함께 하는 것처럼 연습하고 있어요.”

그가 판소리에 입문한 시기는 15살 무렵. 판소리꾼이었던 고모의 권유가 있었고, 좋은 스승을 찾아 서울과, 부산, 대구를 오갔다. 지금까지 독주회를 10여차례 열었으니 판소리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1년에 한 번은 공연을 기획하여 관객들과 소통했다. 그가 “무대 경험이 적지 않지만 완창 무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심지어 이번 공연의 날자가 다가올수록 “괴로워 죽겠다”며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감추지 않았다. “긴 호흡으로 3시간 동안 홀로 서사를 끌고 가야 하는 무대인만큼 부담감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창은 판소리꾼이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되는 무대여서다. 이번 무대는 20대에 했던 완창보다 30대 중반에 선보이는 이번 완창 무대인만큼 “위트있고 여유로우면서도 전통 ‘심청전’에 부합하는 소리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귀뜀이다.

“심봉사도 됐다가, 심청이도 되었다가, 뺑덕어멈도 돼야 하는 공연의 특성상 각 배역마다 자연스러운 연기와 소리는 필수에요. 그런 심청전이 될 수 있도록 공부를 많이 한 만큼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서사 전달을 중시하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가사 전달에 더 신경을 쓸 계획이다. “화려함보다 담백한 무대를 꾸미고 싶어요. 스승님께 전수받은 소리를 잘 전달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방향성입니다.”

판소리꾼으로서 개인적인 성장 못지않게 판소리의 대중화에도 열심인 그. 판소리를 스윙재즈나 왈츠 등의 풍으로 편곡하기도 하고, 뮤지컬 등의 타 장르와의 협업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현대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이며, 판소리제작소 소림담기 대표, 판소리학회 연행 이사 등을 맡아 우리 소리의 맥을 잇고 알리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외부에서 대구를 판소리 불모지로 바라보는 인식에 불만을 표하며, 이미지 개선을 위한 밀알이 되고 싶어한다.

“1910년 무렵만 해도 대구는 판소리의 엄청난 활황지였어요. 권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소녀 명창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던 지역이었죠.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대구 판소리가 쇠퇴하긴 했지만 그 저력은 여전히 남아 있고, 저는 대구 판소리의 저력을 계속해서 알리고 싶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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