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쇼움갤러리 개인전...야경 속 불빛의 작은 흐느낌이 나를 위로하네
김성호 쇼움갤러리 개인전...야경 속 불빛의 작은 흐느낌이 나를 위로하네
  • 황인옥
  • 승인 2022.11.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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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새벽 풍경 작업 30여년
파랑·노랑 등 사용 ‘열린 태도’
어둠 밀어내는 인간 욕망 담아
김성호작-새벽-남산에서본서울
김성호 작 ‘새벽-남산에서본 서울’

새벽녘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시각적인 퍼포먼스를 넘어서 있어서다. 사그라진 태양빛 대신에 어둠을 밝히려는 인공조명의 찬란한 분투 속에서 쓸쓸한 서정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불빛의 파리한 떨림에서 들려오는 작은 흐느낌들은 어둠을 기어코 밀어내고야 말겠다는 인간의 욕망에 떠밀린 불빛들의 은밀한 아우성이다.

김성호 작가는 새벽녘 야경을 그린다. 치열했던 낮의 사투와 향락의 밤을 지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하는 새벽녘의 도심을 밝히는 불빛들의 향연에 마음을 빼앗긴다. 최근 개막한 쇼움갤러리 개인전에 야경을 그린 대표작 20여점을 걸었다. 야경이지만 코발트블루가 화면을 압도한다. 조명으로 표정을 달리하는 빌딩숲과 코발트블루의 배경이 묘한 동질감으로 연결된다.

도심의 새벽 풍경을 그린 야경 작업은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 작가의 길로 접어들면서 시작됐으니 30년은 족히 넘었다. 우연히 본 야경에 이끌려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야경은 넓고 시원한 구도가 특징이다. 높은 산이나 빌딩에서 도심의 야경을 조망한 결과다. 시원한 구도와 사진처럼 묘사된 섬세한 표현에서 구상을 떠올리지만, 사실 그의 작업은 구상과 추상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상으로 표현되는 원경과 달리, 근경에서 나이프로 흐리는 기법을 사용해 추상성을 가미한다.

“어느 정도의 구상적인 풍경은 나와야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느낌 중심의 화면을 구축하려 해요. 빌딩이나 거리 등 원경들을 흩트리는 방식으로 그런 효과를 얻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 출품한 야경의 주조적인 색은 코발트블루다. 야경에 블루를 도입한 것은 10여년 정도 됐다. 대구에서 서울로 이주하면서 색이 밝아졌다. 이전에는 어두운 계열이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푸른색은 물론이고 노란색 등의 색채 사용에도 적극적이다. 색에 대한 열린 태도로의 변화는 색에 갇히고 싶지 않은 마음의 발로로부터 왔다.

“특정한 색을 쓰는 것 자체도 이제는 갇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 자유롭고 싶었어요.”

원경을 주로 표현하는 작업의 특성상 대작을 선호한다. “소품은 표현이 잘아져서 표현에 구애를 받지 않는 대작을 주로 하고 있어요.” 소재는 주로 주변의 풍경을 차용하지만, 특별한 감성이 필요하면 남한산성이나 도심의 전망대를 찾아 사진을 찍거나 밑그림을 그린다. 발품을 팔아 준비된 다양한 소재들은 작업하는 과정에서 화면에서 재구성되어 또 하나의 거대한 풍경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 빛나고, 아침도 가까워진다. 어둠 속에 희망의 씨앗이 잉태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가 야경에서 발견한 가치는 희망의 씨앗이다. 속내는 “아프고 고독한 어둠의 터널에 갇힌 존재들의 무거운 어깨에 말없는 위로를 건네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불 켜진 말없는 도심에 자신의 전부를 쏟아 넣는다.

“삶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사랑까지 야경에 쏟아 넣어요. 불 켜진 빌딩숲에서 위로받은 사람들이 아침이 되면 다시 분주하기 움직일 힘을 주고 싶은 것이죠.”

그의 야경에 사람은 없다. 오직 모두가 잠들어 고요한 도심의 풍경만 존재한다. 하지만 밤 풍경 속에 빛나는 인공조명에서 사람의 온기가 묻어있다. 화면 속 서사를 끌고 가는 요소가 빛이다. 조용한 새벽의 도심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하지만, 작가는 인공조명이 밝히는 빛 속에 인간의 희노애략을 은유한다. 몽롱한 화면은 밤과 낮의 경계에서 휴식하는 도심과 도심 속 사람들의 삶에 대한 표현인 것이다.

“밤의 풍경을 저 만의 해석으로 풀고자 하면서 정형화된 이미지와는 차별을 두고 싶었어요. 구상과 추상을 조화롭게 넘나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야경에 그리움과 희망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현대미술의 경향은 추상이다. 그 분위기 속에서 구상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구상과 추상의 혼용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정립하며, 작가로서의 위치를 다져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더 깊어진 추상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그의 계획은 해체의 밀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앞으로 감정이 가는 대로 야경을 더 해체해 보고 싶어요.”

야경에 계속된 변화를 추구하는 김성호의 쇼움갤러리 ‘또 다른 하루를 열어가는 빛’전은 12월 31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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