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만필] 참사로 본 정치 민낯
[천자만필] 참사로 본 정치 민낯
  • 승인 2022.11.15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준엽 시사유튜버(대한민국 청아대)
지난 13일 밤 한 야권 성향의 온라인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버렸다. 문제는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함부로 명단이 공개된 것이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노출된 지 5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메시지 내용대로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우연히 그랬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희생자 명단 공개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컸다. 특히 유족들의 댓글로 추정되는 글도 있었다. “지금 뭐 하시는 거냐? 저는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 당장 글 내리시라”“아니 내가 유족이고 공개 원치 않는데, 당신들이 도대체 뭔데 공개하냐”, “이름이 이렇게 공개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댓글만 보아도 유족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해당 매체도 이를 의식했는지 결국 이틀 만에 상당수 희생자들의 이름을 비공개 전환했다. 이런 후폭풍을 예상 않고 벌인 일에 대해 진심으로 화가 난다.

경찰의 무능한 대처, 정부의 책임지지 않는 행태, 이제는 야권 세력의 정치이용까지, 희생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이 처참한 광경은 어쩌면 현재 대한민국 정치 수준의 민낯인 것이다.

과거 참사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희생자 이름이 공개된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시대가 변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를 유족 동의도 없이 공개해 버리는 일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니 이들의 행태는 추모에 대한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도 지난주 이태원 참사 현장에 가서 개인적으로 추모를 하고 왔다. 기억에 남는 메시지 글귀가 있었다.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힘쓰겠습니다” 그렇다.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할 것은 희생자 명단 공개가 아니라, 다시는 이런 끔찍한 참사를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검·경 수사도 좋고, 국정조사도 좋고, 상설 특검도 좋다. 정부와 여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자들을 일벌백계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일이자 진정한 추모일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