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지속가능함의 조건
[대구복지논단] 지속가능함의 조건
  • 승인 2022.11.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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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표 범물종합사회복지관장
‘Leaving no one behind’

UN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시행 중인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슬로건이다. 우리말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것’으로 명시한다. 말 그대로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함께 행복하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와 지구환경문제, 경제 사회 문제를 총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 231개의 지표로 구성하고 있다.

슬로건에 담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다.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인류를 위해 또는, 우리 공동체를 위해라는 이유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대의는 모든 것을 용광로처럼 녹여서라도 이루어야 할 단 하나의 목표로 인식됐다. 역사의 전면이 발전과 개발인 동안 변한 것은 하나이다. 과거에는 당연한 듯 사람이 희생되었으나, 현대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이 희생되어진 다는 논리. 그래서 주목하게 된 문구는 ‘누구도’이다.

그렇다. ‘누구도’ 무엇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이므로 목적일지언정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는 이 기본적인 명제를 우리는 지켜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UN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바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말이다.

2020년부터 대구사회복지사협회장을 수행하면서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전면에 내걸었다. 썩 내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회복지사는 시민의 안녕과 행복을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야 하는데,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자칫 집단 이기주의로 비춰질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익보다는 소외된 이웃의 복지를 먼저 이야기 해야 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나는 사회복지사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임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사회복지사에 대한 최소한의 처우개선도 요구하지 못할 이유라는 인식에도 동의할 수 없다.

대구사회복지사협회 일을 하면서 살펴본 현장은 같은 사회복지사인 나도 놀랄 만큼 열악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최선을 다해 일한 대가로 최저임금을 받고,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은 열정페이로 대신하는 복지사들, 교대 근무 인력이 부족해 휴가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복지사들, 클라이언트로부터 수시로 폭언과 심지어 폭행을 당하기도 하는 복지사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복지영역에서 시민의 복지를 위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 복지사들, 그리고 코로나 시기 밀려드는 일감에 과로사가 버젓이 일어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까지….

모든 것이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데 우리 복지현장만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를 향해 강하게 요구했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조금 과하다 싶게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우리의 요구에 대해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외면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었다.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여 지원의 근거를 만들어주었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예산을 즉시 확보하기도 했고, 한꺼번에 확보가 어려운 예산은 연차별 계획을 세워 예산을 확보하기로 협의하였다. 아주 많은 부분에서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Leaving no one behind’

우리의 뒤에 ‘누구도’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으로 발전하는 역사는 더 이상 동의할 수 없다. 사회복지사의 희생으로 발전하는 사회복지의 발전이라면 나는 단연코 거부한다. 사회복지가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그 발전의 방법도 과정도 인간적이어야 한다. 당연히 사회복지사는 우리 사회에서의 가치만큼 존중받고, 일한 만큼 대접받아야 한다.

‘I will leave no one behind’

이 말은 또 다른 장면에서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베트남전 당시 Hal Moore중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 ’라는 영화다. 무어 중령이 위험한 출전을 앞둔 부하 병사와 그 가족들에게 이렇게 약속한다.

“우리가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고 또 맨 나중에 적진에서 빠져 나올 것이다.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적어도 국가가 또 지금의 우리 기성세대가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필수 인력들에게 이 정도의 약속은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것’

나는 이보다 더 확실한 지속가능성의 전제를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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