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이태원 참사, 책임은 없고 궤변만 있다
[수요칼럼] 이태원 참사, 책임은 없고 궤변만 있다
  • 승인 2022.11.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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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꽃다운 청년 158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도 벌써 보름 이상이 지났다. 대한민국의 유례없는 충격적인 사건이거니와 주최자가 없는 축제에서의 사고라는 점에서 책임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결코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더욱이 핼러윈 안전사고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모 경감의 사망은 과연 이태원 참사 이후 책임과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대한민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누구 하나 나서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이상한 논리와 궤변이 난무하는 것 같아 가슴이 더 아프다.

먼저 대통령의 메시지도 이태원 참사를 수습하는데 있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국가의 무한 책임 속에서 법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신속한 수사와 확실한 진상 확인이 필요하다."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개인적으로 '국가의 무한 책임 속에서 법적 책임'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진 않지만, 아무튼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신속한 수사와 확실한 진상 확인을 하겠다는 뜻인 듯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장 시급한 건 수사와 진상 확인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보통 책임은 통제권을 가지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가령, 자유의지로 행동할 수 있는 즉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성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보호자가 그 책임을 지게 한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은 행동에 대한 통제권이 없었다. 행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압사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태원 참사의 경우 많은 인파들이 이태원에 모였을 때, 압사 사고가 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 모두가 책임자다.

따라서 무엇보다 시급한 건 법적 책임을 지기 위한 신속한 수사와 진상 확인보다 인파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책임 있는 사람들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다.

또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법적으로 누군가의 잘못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는 권한이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태원 인파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신속한 대응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건 비단 경찰만의 잘못도, 소방관만의 잘못도 아니다. 권한을 가진 모두의 잘못이다. 그렇기에 야당에서 주장하는 특검도 크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특검을 한다는 것 또한 누군가의 잘못을 찾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지금 더욱 필요한 건 안전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가 재발방지를 위해 범정부 재난대책 수립 TF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TF의 단장은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작지 않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다.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TF 운영의 단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생각한다. 가령 어떤 회사에 문제가 있어 컨설팅을 받는다고 할 때 컨설팅 단장이 회사 대표라면 컨설팅이 제대로 될 리 있겠는가? 그리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장관이지 안전 전문가가 아니다.

그리고 얼마 전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이태원 사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개 이유는 "위패도, 영정도 없이 국화 다발만 들어선 기이한 합동분향소가 많은 시민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말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최소한의 이름 공개가 책임 규명에 어떻게 기여한다는 것인지 필자의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희생자 명단은 유족들에게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개되었다. 적어도 합법은 아닌 것 같다.

이태원 참사의 본질은 우리 사회가 안전과 위기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안타까운 희생이 대한민국의 헌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앞으로 발생할 예기치 못한 사고와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권한을 가진 사람은 많은데 누구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다. 이상한 논리와 궤변만 가득하다. 과연 이것이 이태원 참사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된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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