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개와 사람
[대구논단] 개와 사람
  • 승인 2022.11.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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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어릴 적 우리 집에서 개를 키운 적이 있다. 그때는 개의 귀가 바로 서 있으면 셰퍼드인 줄 알았다. 윤기 나는 검은 털을 가진 ‘바꾸’는 여느 개들보다 몸집이 좀 큰 것으로 기억된다. 개는 도둑을 지키는 것이 임무다. ‘맹견주의’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큰 집들이 많았다. 우리 가족 중에 ‘바꾸’를 살갑게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때가 되면 개밥을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느 날 ‘바꾸’가 집을 나갔다. 형과 나는 온종일 개를 찾았지만 ‘바꾸’는 영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개장수가 동네를 돌아다닌 때라 잡혀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머니는 집에 범띠가 있으면 개가 안 된다는 말을 종종 했다. 형이 범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형이 개를 키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 결혼 후 잠시 개를 키운 적이 있다. 잡종이었지만 퇴근 후 집 가까이에 오면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도 금방 알아보는 영리함이 있었다.

여름날 토요일로 기억된다. 중학교에 다니던 동생이 집에 놀러 왔다가 안 하던 짓을 했다. 물청소로 개집을 씻고 닦고 야단을 피웠다. 바로 다음 날 교회 수련회에 갔다가 낙동강에서 익사했다. 7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동생이 개집 청소하던 일은 아주 생생하다.

아기를 태우는 유모차에 아기는 없고 개가 편안한 자세로 자고 있다. 요즘은 애는 낳지 않고 개를 키우는 신혼부부도 많은 세상이다. 한국인 천만여 명이 애완용을 키우는 시대다. 그중에 개가 다수다. 동물 가운데 개가 사람과 아주 친밀한 관계임을 보여 준다. 개를 품에 안고 가는 젊은 여성을 보고 개가 예쁘다고 말해줘도 눈총을 받는다. 감히 가족 같은 반려견을 두고 함부로 대한다는 표정이다. 개 이름도 국산은 없고 거의가 외래다. 개가 입는 옷이나 악세사리도 다양하다. 얼른 봐서 개는 개인데 개처럼 안 보이는 개도 있다. 반려견은 고상하고 개는 그 반대다.

개가 그렇게 많은데 개 짖는 소리가 별로 없다. 성대 수술을 한다는 말도 들었지만 좌우지간 개와 사람과의 관계는 요지경이다. 사람을 보고 ×같은 ○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인도 개를 빗대어 욕을 한다. 충견도 있지만 집 나간 개는 들개가 되어 난폭해 진다. 사람이 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개를 가족처럼 여기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개 문화가 발전· 형성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가 정치판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와대에 있을 때 그는 많은 개에 둘러쌓여 대통령이 개를 사랑하는 모습을 수시로 보여줬다. 어린 개에게 우유를 먹이는 부드러움도 보였다. 풍산개를 선물 받았을 때 그와 김정은은 정치적인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었다. 개가 두 사람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최근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6개월간 풍산개에게 사료 등 개 관리비로 매월 250만원을 사비로 썼다면서 국가가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대통령 당시에 선물 받은 개는 국가자산이므로 개를 반납하겠다는 말도 했다. 국민들은 나랏돈으로 개 사료 값 등을 따로 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국민 세금으로 개 키우는 비용까지 지급하고 있었다니 정말 아! 대한민국이다.

사람과 개가 가족같이 지내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사료 등 관리비 250만원을 이유로 풍산개를 돌려준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이 안 된다. 개와 사람은 매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도 풍산개를 키우면서 정이 들었을 것이고 그 개를 볼 때마다 정치적 우호관계인 김정은을 생각했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경솔한 처신을 한 것 같다. 우호적으로 선물한 개를 국가에 반납한 것에 대해 김정은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세금으로 그에게 매월 1천390만원이나 되는 연금을 비롯하여 병원비, 여행비, 경호비, 교통비, 통신비 등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정든 풍산개를 계속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된다. 개가 무슨 국가의 큰 재산이라고 돌려준다는 것인지 이해 불금이다. 문 전 대통령은 법에 저촉되므로 풍산개를 국가에 돌려준다고 하는데 그가 법을 그렇게 중시하는 줄을 몰랐다. 풍산개 새끼 한 마리는 그대로 키우는 것같이 보이는 데 법적인 하자가 없는지 궁금하다. 애완견 시대에 풍산개는 정치적 희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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