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온의 민화이야기] 금계...새벽 여는 태양새,신령스러운 자태로 미래를 내다보다
[박승온의 민화이야기] 금계...새벽 여는 태양새,신령스러운 자태로 미래를 내다보다
  • 윤덕우
  • 승인 2022.11.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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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문·무·용·인·신’ 의미
유학·병가 등 다양하게 인용
조선 전기 문헌에 금계 기록
16세기 이후 수묵화서 등장
金·錦 혼용하며 꿩→닭 변형
편파구도 대중화된 조선 중기
문인 사대부들 화풍 계승하며
실물 경치 반영하는 등 새 시도
가을 전시회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러 새로운 영모도(翎毛圖)에 들어갈 주인공으로 깃털색이 화려한 금계(錦鷄)를 선택해 보았다. 지금까지 민화에 나오는 귀엽고 앙증맞은 새가 아니라 깃털색이 화려하고 근엄한 외형으로 그림에 주인공이 되기에 손색없어 보이는 자태가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 새인지라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다가 금계라는 새에 다양한 상징과 새로운 의미가 있어 독자님들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금계(錦鷄)는 별치(별稚)라 불리는 붉은 닭목의 꿩과 조류로, 백복(白腹)과 홍복(紅腹) 금계로 구분한다. 전반적으로 황갈색을 띄는 암컷에 비해 수컷 금계는 오색 빛깔의 화려한 깃털을 갖추고 있어,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문(文),무(武), 용(勇), 인(仁), 신(信)의 오덕을 의미하는 새로 찬양되었으며, 원산지가 중국 서부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남서부에서 야생으로 분포하며, 완상을 위해 기르기도 한다. 수컷의 머리에 자리한 관우(冠羽)와 허리부분 황금색 비단을 닮았다고 해 금계(錦鷄)라 불렸으며 무려 60cm에 달하는 긴 꽁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금계의 대체적으로 황금빛을 띈 황계(黃鷄)로, 중국에서는 새벽을 밝히는 태양새를 상징하기도 한다. 옛날부터 새벽녘 여명을 깨고 울리는 닭의 울음소리에 악귀를 쫓는 벽사(僻邪)의 의미와 신령스러운 자태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예지(豫知)의 상징으로 꼽혔다.

이렇듯 신성한 의미에 새 인 까닭에 그림의 주제로서도 그 화려함을 엿볼 수 있다.

금계(錦鷄)를 주제로 한 대표적인 그림은 북경박물원에 소장되어진 북송대 휘종(徽宗)의 금계도가 있다.

휘종은 서화가로도 큰 명성을 얻었으니, 화조화에 능해 그림을 즐긴 황제로는 빼어난 솜씨를 알려주는 유작들이 여럿 전한다. 그의 25년 재위 기간은 그야말로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삶 그 자체였다. 군사적으로 나약하여 북송멸망을 초래했으니 정치적으론 실패한 군주로 여진족이 세워 백 년 남짓 지속한 금(金, 1115-1234)나라에 잡혀가 최후를 맞이한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중국 역사상 첫손에 꼽히는 풍류천자(風流天子)였다. 시·서·화 삼절(三絶)로 남다른 타고난, 뛰어난 미적 감수성과 높은 안목의 소유자로 예단의 후원자로서 문화예술계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조길-부용금계도 북경고궁박물원
북송대 휘종 조길(趙佶 1082~1135)작 부용금계도(芙蓉錦鷄圖) 견본채색 81.5 x 53.6cm 북경고궁박물원 소장

화면 중앙에 대각선 방향으로 옅은 핑크색 부용화 줄기에 깃든 주인공인 금계가 비중 있게 등장시킨 <부용금계도>는 머리를 뒤로 해 측면으로 황금색 머리 깃·붉은 배·긴 꼬리의 점박이 무늬까지 섬세하게 묘사했다. 하단에 국화와 우측 상단 화가 자신이 쓴 제화시(題 詩) 위에 금계의 시선이 닿는 곳엔 한 쌍의 나비도 보인다. 이 그림은 길상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 나비는 미호(美好)와 행복의 상징, 금계(金鷄)는 오덕(五德), 오방색(五方色)으로 표현된 식물과 꽃은 오상(五常)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그림의 우측 상단에 있는 제화시(題畵詩)를 살펴보면

秋勁拒霜盛(추경거상성) 깊은 가을 매운 서리 막아 지키는/ 아冠錦羽鷄(아관금우계) 높은 비단 깃 관을 쓴 금계로구나/ 已知全五德(이지전오덕) 오덕을 다 갖춘 줄 내 이미 알고 있으니/ 安逸勝 鷺(안일승부로) 편안한 오리 갈매기 보다 한결 낫도다.

이 시에서 오덕을 다 갖추었다고 하는 것은 금계의 깃털 속에 오방색을 두루 갖추고 한 말인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새 그림에 대해 조선 전기 문헌에서 살필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육했다. 16세기 이후 수묵담채나 채색으로 그린 금계가 영모화에 어엿한 주인공으로 등장한 그림들이 전한다. 또한 금계의 호칭도 비단 금(錦)와 쇠금(金)을 혼용하며 그 형태 역시 꿩에서 닭으로 변형이 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금계가 등장하는 그림으로는 가장 유명한 김홍도의 금계도 8곡병풍이 있다.
 

김홍도-금계도
전(傳)김홍도 금계도(金鷄圖) 8곡 병풍 지본채색 111x404cm 19세기 전반 리움미술관 소장

이 작품은 김홍도의 낙관은 없지만, 전하는 기록이 있어서 김홍도의 작품으로 확신한다고 한다. 이유원(李裕元 1814~1888)의 <임하필기(林下筆記) 제30권 중 춘명일사(春明逸史)>따르면 왜인 중에 금닭을 잘 그리는 자가 있었는데, 정조에게 금계도를 그려 바쳤다고 한다. 그림을 좋아하는 정조는 그 그림이 몹시 마음에 들었는지 김홍도에게 그 그림을 모사하여 화성행궁에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금계도가 김홍도의 그림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허주 이징(李澄 1581~?)과 죽림수 이영윤(李英胤 1561~1611), 긍재 김득신(金得臣 1764~1822)의 필치가 남아 있으며 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김득신의 금계도(金鷄圖)를 소개한다.
 

김득신-금계 국립중앙박물관
김득신(金得臣) 작 금계도(錦鷄圖) 지본채색 29.6 X22.4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암석 위에 자리한 금계 한 쌍은 화면의 한쪽에 위치한 편파구도를 하고 있다. 수컷은 오색 깃털을 그리고 긴 꼬리를 뻗어 금계의 특징을 잘 드러냈으며, 부차적인 배경을 생략하고, 금계 한 쌍 옆 제비꽃은 꼼꼼하게 채색이 되어 있다. 바위는 거친 묵선으로 테두리를 잡고 툭툭 찍은 태 점으로 마무리해서 단아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이러한 화풍은 조선중기부터 이어져온 편파구도에 수묵을 위주로 한 문인화풍의 계승함과 동시에 화조를 사생하거나 조선의 진경적 요소를 반영하는 등 새로운 회화적 시도가 이루어 졌다고 할 수 있다.

금계를 연구하다 보니 시대별 금계의 명칭과 모양 변화하는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시대적 분위기로 다양한 취미생활과 외국 문물의 유입으로 금계를 실물로 영접한 후 그 기록들도 남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금계를 그리고 칭송하며 다섯 가지 오덕(五德)을 갖춘 새라고 했는데, 오덕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로 유학(儒學)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덕(德)은 온화(溫和), 양순(良順), 공손(恭遜), 검소(儉素), 겸양(謙讓)이고, 병가(兵家)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덕(德)은 지(智)·신(信)·인(仁)·용(勇)·엄(嚴).이라고 한다.

고리타분한 옛글을 인용하여 꼰대소리를 듣자는 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사람이 사는 세상에 나름의 규칙과 기준이 있는데 지금은 그런 기준과 규칙이 흐트러진듯하여 오덕의 의미를 화려한 금계를 통해 설명해 보고자하였다.

박승온ㆍ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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