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의 공감과 소통
광대의 공감과 소통
  • 여인호
  • 승인 2022.11.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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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나라에 왕과 왕비는 귀하게 얻은 공주를 무척 사랑했지요. 어느 날 공주가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보름달을 보고는 왕에게 그달을 갖고 싶다고 말했어요.

왕과 왕비는 달은 하늘에 떠 있어 누구도 가져올 수 없다고 말했지만 공주는 막무가내였어요. 큰 걱정에 빠진 왕은 과학자들과 대신들을 불러 모아놓고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명령을 내렸어요.

과학자들과 대신들은 공주를 찾아가 하늘에 있는 달이 얼마나 멀리 있고 또 얼마나 큰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었지만 공주는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때 한 광대가 나타나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말했지요.

광대는 공주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공주님, 달은 어떻게 생겼나요?”

“그야, 달은 동그랗게 생겼지.”

“그러면 달은 얼마나 큰가요?”

“그것도 몰라? 내 손톱만 하지. 달이 떴을 때 보면 내 손톱으로 딱 가려지거든.”

“아, 그렇군요. 그럼 달은 어떤 색깔인가요?”

“달은 황금빛이야.”

“알겠습니다. 공주님, 제가 가서 달을 따가지고 오겠습니다.”

광대는 공주가 말한 대로 목걸이를 만들어 공주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런데 다음 보름달이 뜰 때가 다가오자 이번에는 광대가 걱정에 빠졌어요. 하늘에 뜬 달을 보면 분명히 공주가 가짜 달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어요.

광대는 다시 공주에게 가서 물었어요.

“공주님, 제가 지난달, 달을 따왔는데 이번 달에 또 달이 뜨면 어쩌지요?”

“이런 바보, 그런 걱정을 왜 해? 이를 빼면 새 이가 나오지. 달도 그런 거야. 하나를 가져와도 달은 또 새로 나오게 되어 있어. 달은 호수에도 있고, 물컵에도 있고 산에도 있고 들에도 있고. 달은 엄청 많아. 그래서 하나쯤 떼어 와도 괜찮아.”

이 이야기는 <달과 공주>라는 동화이다. 자칫 온 나라에 혼란을 가져올 문제가 광대의 질문으로 공주와 공감하고 소통하여 궁궐의 고민은 쉽게 해결되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여러 단체의 리더들의 인사를 보면 공감하고 소통하자는 말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이다. 공감(共感)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라고 되어 있으며. 소통(疏通)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는 뜻이다. 사전의 의미처럼 타인의 생각을 내 것처럼 느껴 오해 없이 잘 통한다면 세상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어디 있을까 싶다. 특히 사춘기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와 갈등을 쉽게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내 아이가 처음 우리 곁에 온 순간을 떠올려보자. 뭉클함, 순수, 감사, 사랑스러움,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 부모로서 다소 무거운 책임감 등등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던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부모는 자기만의 양육방식이나 교육방식의 틀을 깨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 더 나아가 아이가 일으키는 크고 작은 문제에 봉착하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었나? 하는 방식으로 먼저 자책을 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들 상대방의 입장에서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충고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광대의 경청과 질문이 공주의 욕구를 해소해 주었듯이 소통과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해 주고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봐 주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그리고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포착하려고 노력해 보자. 그 포착된 신호를 잡아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할 수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먼저 공감과 지지 단계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힘듦에 대해 들어주고 요약하여 거울처럼 되돌려 주고, 마지막으로 상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광대처럼 질문을 하면 된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는 질문으로 상대의 입을 통해 답을 얻어낼 때 제대로 된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시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잘 키울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아이는 잘 키우는 존재가 아니라 온전히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 생각한다. 지금 옆에 있는 우리 아이에게 넘치는 사랑을 줌과 동시에 광대의 공감과 소통 방법을 권해본다.



강순화<아동문학가·글로벌교육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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