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와 기독교는 각기 1000만 신도를 호칭하지만 가장 내실 있기로는 천주교가 으뜸이라는 평판이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은 수많은 일화를 남기며 믿지 않는 일반인들도 존경하는 분이다. 그는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에도 바른 소리를 멈추지 않았으며 부드러우면서도 하고자 하는 말은 반드시 했기 때문에 독재자들도 어떻게 할 것인지 매우 어려워했다. 많은 민주운동자들이 김추기경 뿐만 아니라 다른 신부들과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보호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학순주교나 함세웅신부는 그런 의미에서 대표적인 민주운동자였으며 후원자였다. 이 분들은 항상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줬기 때문에 그 주위에 이른바 운동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특징은 박정희나 전두환을 비판하면서도 독하고 모진 언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핵심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용기와 격려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느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언제나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
이번에 윤석열대통령이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세계 정상들의 모임에 참석하여 한미 한일 한중정상회담을 한 것은 당장 어떤 결과를 내는 건 아니겠지만 활발한 외교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야당인 민주당은 정권을 빼앗긴 후 어떻게 하면 윤정부를 공격할 수 있을까 빌미를 노리던 차에 때마침 핼러윈에 벌어진 이태원참사사건을 기화로 윤석열 퇴진운동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촛불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너무나 노골적이다.
그런데 가장 점잖아야 할 신부 두 사람이 스스로 묘혈을 팠다. 윤석열의 전용기가 추락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SNS에 글을 올린 것이다. 천주교 박주환신부와 대한성공회 김규돈신부가 그들이다. 박주환은 윤석열부부가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합성사진과 함께 “기체결함으로 인한 단순사고였을 뿐---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글을 실었다. 성공회 김규돈은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올렸다.
이에 대하여 천주교는 박을 성무집행정지처분으로 약식징계하고 성공회는 김의 신부직을 박탈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두 신부가 간절히 바랐던 비행기 추락은 없었고 윤대통령은 무사히 귀국했다. 신부의 기도발이 약해서 하늘에서도 내친 모양일까. 성직자는 사랑과 자비를 생명으로 한다. 일반 신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 더구나 대통령을 향해서 ‘비행기 추락’을 염원하는 저주는 너무나 섬뜩하다. 일본 해군에서는 이순신에게 혹독하게 당했던 임진왜란 당시의 해전사를 깊이 연구하고 그 뒤 출전할 때에는 반드시 이순신장군 영전에 제사를 드려 승전을 기원한다. 일본인 간수(看守)는 안중근을 신으로 섬겨 집에 사당을 설치했으며 안의사 유묵을 오랜 세월 간직하고 있다가 한국에 기증했다. 두 신부의 저주를 들어보면 이들 일본인들의 너그러움은 당치 않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수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신앙을 생명으로 삼는 신부보다 한 차원 높은 경지 아닌가. 그렇게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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