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두 달여간 대장정 마무리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두 달여간 대장정 마무리
  • 황인옥
  • 승인 2022.11.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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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품성 모두 잡고 독보적 존재감 표출
‘니벨룽의 반지’ 4부작 공연
유럽에서도 찾기 힘든 사례
독일 합창단 등 230명 초청
전체 객석점유율 80.6% 기록
메인 ‘신데렐라’는 12월 공연
유럽 ‘심청’ 초청 의사 잇따라
다시-윤이상의심청공연
대구오페라하우스 ‘심청’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화제성과 작품성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표출하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연대와 다양성’을 주제로 한국,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국적을 가진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초청하며 음악적, 지역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들과의 적극적인 연대가 표면화되면서 축제의 외연도 확장했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전용 극장인 오페라하우스는 9월 23일부터 19일까지, 두 달여간 축제를 진행했다. 개막작인 ‘투란도트’ 공연 이후 ‘돈 조반니’,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 전편, ‘라 트라비아타’, ‘심청’ 등 총 여덟 편의 메인오페라가 공연됐다. 메인오페라 ‘신데렐라’는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관계로 12월로 연기됐다.

다시-니벨룽의반지
독일 만하임 극장 ‘니벨룽의 반지’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 화제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 잡는 축제로 성료

화제작은 독일 만하임 극장의 ‘니벨룽의 반지’ 전편 공연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심청’. 바그너의 역작인 ‘니벨룽의 반지’는 작곡에만 대략 28년을 투자한 대곡으로, 전체 공연 시간이 16시간에 달한다. 난쟁이 니벨룽 족 알베리히가 라인의 강에서 훔쳐낸 황금으로 만든 절대 반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사다. 신들의 세계가 몰락하고 인간 세계가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을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의 4부작으로 구성했다.

국내 초연은 2005년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이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했다. 4부작 전체를 연달아 공연한 것은 대구오페라축제가 두 번째다. 유럽의 유력 극장에서조차 1년에 한 편씩 공연하거나 몇 달에 걸쳐 네 편을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면 이전 축제 전편 초청은 화제성에서 국내에서 찾기 힘든 사례였다.

특히나 독일 최대 규모이자, 최고(最古)의 역사를 지닌 국립극장인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이 7월에 공연한 최신작,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Opernwelt)’에 의해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된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 연출, 만하임 공연 당시 지휘를 맡았던 만하임 국립극장의 음악감독 알렉산더 소디(Alexander Soddy) 지휘, 독일어권 성악가의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캄머쟁어, Kammersaenger)’ 칭호를 받은 베이스바리톤 토마스 예자코(Thomas Jesatko) 등 독일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의 주역, 거기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까지 총 230여명을 초청했다는 점은 국내 오페라 전문가들의 발길조차 대구로 향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역량도 올해 축제에서 증명했다. 세계가 인정한 작곡가인 윤이상의 ‘심청’을 대구오페라우스 제작으로 무대에 올렸다. 우리 설화 ‘심청’을 원작으로 하고 한국의 음악적 요소들을 녹여낸 한국 오페라다. 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게 위촉한 작품으로, 초연 무대에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하지만 음악이 너무 난해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심청’ 공연 후 철저한 분석과 연출이 난공불락 ‘심청’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평이 쏟아졌다. 특히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제작 역량이 국내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했다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로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연주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 대구오페라의 저력, 관객수로 입증

가장 큰 수확은 대구오페라축제 성장의 기반에 수준 높은 대구 관객이 있음을 새삼 입증했다는 점이다. 올해 축제에 총 관객 수 26,158명이 다녀가며 전체 객석점유율 80.6%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50% 증가된 수치다. 지난해 9,759명에서 올해 14,198명으로 4,400여명이 늘어났다. 아직 공연되지 않은 ‘신데렐라’를 제외한 집계이고 보면 그 실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중성보다 작품성에 방점을 찍었지만 대구 관객들은 작품성을 수용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다. 더 이상 대중적인 작품만이 흥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축제를 통해 관객들이 입증한 것. 평균 4시간에 달하는 ‘니벨룽의 반지’ 공연에 객석은 가득 찼고, 한 치의 요동도 없이 끝까지 공연을 관람하며 ‘압도적인 바그너 사운드’라는 새로운 음악에 심취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오페라’로 명성이 자자한 ‘심청’ 공연에도 큰 호응으로 화답했다. 관객들은 서양악기로 국악의 음향을 표현해내는 윤이상의 신비롭고도 낯선 음악에 매료되었고, 한국 창작오페라 연출에 독보적인 기량을 선보여 왔던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정갑균의 연출과 무대디자인 또한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오페라 ‘심청’으로 해외 네트워크 교류 사업의 기반 마련

올해 축제에서 세계적인 오페라 ‘심청’을 오페라하우스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제작한 것은 해외와의 대등한 교류를 위한 첫 발자국으로 기록된다. 2026년에 ‘심청’이 독일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에 초청된다. 이미 계약서 작성이 완료된 상태다. 이밖에도 유럽 유수의 극장에서 초청 의사를 밝혀오면서 선택의 여지도 넓어졌다. 2024년에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시립극장에서 초청의사를 전해왔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예술본부장은 “올해 축제에서 대구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뜨겁다는 것을 알았다”며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성년을 맞는 20주년인 내년에는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축제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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