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유문화와 달구벌] ‘물거울’ 통해 해돋이·해넘이·별들의 속삭임 눈으로 봐
[신가유문화와 달구벌] ‘물거울’ 통해 해돋이·해넘이·별들의 속삭임 눈으로 봐
  • 김종현
  • 승인 2022.11.2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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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옥황상제의 자미원을 볼 수 있는 물거울 천왕지(天王池)
지구촌의 물그릇…연못·호수·저수지
화산폭발·지진 등 지각변동으로 생겨
극동아시아에선 처벌의 한 방법으로
중대 범죄자 거주지에 큰 연못을 파
광해군, 삼강오륜 저해 범죄 ‘파가저택’
천주교 순교자 많은 곳에 연못이 많아
약 1억3천만 년 전 달구벌호 형성 돼
풍화침식작용으로 자연적 연못 생성
물두렁팔거천
물두렁(물거울) 팔거천. 그림 이대영

◇천기염탐(天機廉探) 용도의 물거울(연못)을 만들었던 달구벌 선인들

최근 10년 전만 해도 작은 치과의원에서는 충치 혹은 풍치의 상태를 탐지하고자 작고 앙증스러운 치과용 막대거울(dental stick mirror)을 사용했다.

달구벌에 살았던 선인들은 하늘의 천기를 알고자 연못(天王池)이란 거대한 물거울을 이용했다. 달구벌 물거울(達句伐水鑑)에는 하늘이 비춰져 새벽 동트기, 아침 해돋이, 저녁 해넘이, 밤하늘 별들의 속삭임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별을 엿본다는 첨성대(瞻星臺)가 아니더라도 북극성에 살고 있다는 옥황상제의 거주지 자미원(紫微垣)을 염탐했던 i) 제사장 혹은 군장과 같은 통치자들은 천기(천기)를, ii) 농경사회를 살았던 백성들은 흉·풍년을 점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 고대천문학에서는 하늘 닭(天鷄)이 살고 있던 곳은 천왕(옥황상제)가 있는 자미원, 농경신이 거주하는 곳은 천계28수 가운데 ‘키 별(箕星)’나라에서만 살았다고 믿었다. 농경사회 때는 5행(수금화목토) 가운데 목성(木星)에 속했기에 태양(해)의 수레바퀴(天輪, Sky Wheel)인 ‘세차(歲次)’ 혹은 ‘천상열차(天象列次)’를 계산할 때는 반드시 목성을 기준으로 했다. 북극성의 자미원이 비춰지는 연못을 천왕지라고 했다. 때로는 자미원을 천왕당(天王堂)으로도 불렀으며, 조선후기에 ‘천왕당지(天王堂池)’라고 개칭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자미원천계(紫微垣天鷄)와 연계된 지명인 달구벌(達句伐, 鷄野)이 생겨났다.

지구촌의 물그릇(water pocket), 물 두렁(물두멍, 드므) 혹은 물거울(water mirror) 역할을 했던 연못, 호수, 저수지 등이 만들어지는 것을 살펴보면, i) 화산폭발 혹은 지진 등에 의한 지각변동, ii) 별똥별이 떨어진 운석공(隕石孔, crater), iii)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농업용수로, 오늘날에는 도시의 식수원 혹은 산업용수 확보, iv) 그러나 극동아시아(儒敎文化圈)에선 처벌의 한 방법으로 못(연못)을 만들었다. 바로 파가저택이란 형벌이었다. 역적죄 등 중대한 범죄자를 참형함은 물론이고, 부가형으로 범죄자의 가옥을 불사르고(以燒破家), 범죄자 거주지를 없애고자 그곳에다가 큰 연못을 팠다. 이런 형벌을 파가저택이라고 했다. ‘물거울’은 원래는 맑은 웅덩이로 주변풍경, 신비스러운 산사의 모습, 그리고 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얼굴이 어렸다. 이를 이용해서 제천단 혹은 번제단 앞에서 물거울(물두렁, water laver 혹은 basin)을 설치해서 손을 씻게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대표적으로 구약성서 회막(Meeting tent) 혹은 신전(델파인 신전) 앞에 놋두렁(laver of brass, 놋거울+ 물) 혹은 샘(spring)을 설치했다. 조선시대 경복궁 앞에도 드므(두렁)를 설치해 신하들의 의관정제와 화마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도주하게 하는 주술적인 도구로 사용했다.

다시 이어서 못 파는 형벌은 “하늘그물(天網)은 성긴 것처럼 보이나 절대로 물샐 틈조차 없다”라는 체계와 “하늘이 땅에다가 처벌을 함에는 벼락을 쳐서 불로 태우고, 그 자리를 웅덩이로 만들었다”라는 자연현상을 형벌제도에 채택했다. 예기 단궁하편(禮記檀弓下篇)에서 주정공이 처음으로 제도로 도입해 시행했는데, 사실은 이전 삼대시대에도 행해졌다.

우리나라는 광해군3(1611)년 3월 20일자 광해군(光海君, 재위기간 1608~1623) 승정원 일기에 “우의정 이항복(李恒福, 1556~1618)이 파가저택에 대해 언급할 때 형법서적에서는 나오지 않으나 삼강오륜을 저해하는 범죄에 대해서 파가저택을 집행했다.” 이는 특히 천주교박해사건에 덮어씌웠던(包攝) 죄명 사도난정(邪道亂正)이라는 조선시대의 경국대전 등의 형법전엔 없었기에 대명률의 연좌형벌에 따라 전가보도로 사용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더듬어 보면, 1439(세종21)년, 1450(문종원)년, 1586(선조19)년 및 1617(광해군9)년에도 삼강오륜을 흔든다고 처벌했던 기록이 있다. 이때에 파가저택형벌이 내려졌고, 1746(영조 22)년에는 아예 ‘속대전(續大典)’ 형전추단조(刑典推斷條)에다가 파가저택형을 추가했기에 천주교박해수단으로 보도역할(寶刀役割)을 했다. 따라서 천주교순교자가 많았던 곳에는 많은 연못들이 생겨났다.

한자로 표기된 각종 물그릇(貯水池, water pocket)에 대한 한자로 못 택(澤), 못 지(池), 못 연(淵), 못 당(塘), 웅덩이 저, 웅덩이 과, 깊은 물 담(潭) 등이 있다. 보다 정확한 고서지의 기록을 알기 위해 제작원리를 설명한 설문해자를 찾아보면, 못 택(澤)은 물비늘 혹은 윤슬처럼 햇살에 반짝거림에 착안해 물을 그릇에 담고자 만든 둑(水之鐘聚陂)을 칭하며, 못 지(池)는 땅을 파서 물을 그릇에 모아담은 물을 칭한다. 못 연(淵)은 굽이치는 물과 좌우의 물막이를 상형한 글자다. 못 당(塘)은 물을 모으고 있는 둑을 지칭하며, 웅덩이 저는 물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때로는 물웅덩이 과와 상통하고 있다. 서당에서 맹자를 배우면서 “원천은 줄줄 흘러 내림이 밤낮 없이 쉬지 않고 흐르는데, 웅덩이를 만나면 가득 채워야 비로소 넘쳐흐르네. 자유분방하게 흘려도 바다에 이른다네(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後進, 放乎四海).” 물웅덩이를 만나서 좌절하지 말라고 흐르는 물은 교훈을 준다면, 고여 있는 물은 개미구멍으로라도 둑이 터진다는 사실도, 자신도 모르게 썩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모른다.

◇천기탐지용 물거울 천왕지(天王池)

먼저 지질 혹은 지형에서 달구벌을 살펴보면, 1억3(4)천만 년 전 거대한 공룡의 삶(알)터였던 달구벌호(達句伐湖)가 형성되었다. 그 후 6천500만년 동안 각종 풍화침식작용으로 사질수성퇴적암층이 15m까지 쌓여지면서 평균고도(平均高度) 34m/SL에서 오늘날의 평균고도 49m/SL(현재 국채보상공원 42m/SL)까지 상승하면서 많은 연못(池塘)과 물막이(堤堰)들이 자연적 혹은 인위적으로 만들게 되었다.

달구벌이 한반도의 물거울이었다는 사실은 평균고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평균고도는 910m/SL인데, 한반도의 남쪽(한)은 평균고도 448m/SL이다. 따라서 400m/SL 이하가 77.4%나 된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강원도 태백시는 평균해발고도가 949m/SL이다. 이를 기반으로 만일 남극 혹은 북극지역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50m/SL만 상승한다고 해도 달구벌의 50% 이상은 물속으로 잠기게 된다. 지구과학자들은 남극지역 빙하만 다 녹으면 50~70m 가량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일본 동경의 평균고도는 38m/SL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의 평균고도 49m/SL보다 11m나 낮다.

다음으로 달구벌에 대한 국내고서지의 기록을 찾아보면, 908년 6월 26일 최치원(崔致遠, 857~909)이 작성한 ‘신라수창군호국성팔각등루기(新羅壽昌郡護國城八角燈樓記)’에서 “대체도 하늘의 뜻임을 확증하는 것임은 이 보루에서 서방(兌位, 西方)에 방죽이름(塘號)이 불좌(佛佐)이고, 남동방(巽隅, 東南方) 연못이름(池號)에 불체(佛體)가 있다. 동쪽에 특별한 못(別池)이 있는데 이름이 천왕(天王)이라는 거다. 북서쪽(坤維, 北西方)으로 고성이 있는데, 성벽의 호칭(城稱)이 달불(達佛)이라니. 달불성의 남쪽에 산이 있는데 산 이름에 불(佛)자가 들어가고 있다.

이런 이름 하나도 헛되게 설정된 것이 없으니 이렇게 됨에는 반드시 어떤 사연이 있는 법이다. 명승지라 흥할 곳이다. 좋은 때를 만나면 이름값을 할 것이다(非虛設. 理必有因. 勝處所與. 良時斯應).” 오늘날의 명칭으로 비정(比定)하면 불좌제(佛佐堤, 龍頭防堤), 불체지(佛體池, 大佛池), 천왕지(天王池, 天王堂池), 달불성(達佛城, 達城土城)과 불산(佛山, 大德山 혹은 苞山 琵瑟山)이 된다.

글= 권택성 <코리아미래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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