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학교 교육의 중요한 주체, 학부모
[교육논단] 학교 교육의 중요한 주체, 학부모
  • 승인 2022.11.24 21: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학부모는 학교 교육의 중요한 주체 중 하나다. 사실 학부모는 교육기본법에서 공히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의 주체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학부모의 교육주체성은 교사나 학생에 비해 외면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연수 등 단순히 교육의 대상으로만 삼기도 했었다. 실제로 학계 연구자들은 지속해서 학부모의 학교 활동 참여가 주는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학부모가 학교 활동을 참여하면 학업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만족도, 부모 효능감, 자녀의 심리적 안정 등에도 유의미한 효과를 낳는다는 결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그러면서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함께한다. 사실 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 학부모, 학생이 모두 고려된 것이어야 한다. 다양한 학교의 다양한 상황, 환경, 요구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자면 프로그램은 다양한 안으로 제시되어야 하지, 공통의 몇몇 형태로 제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IB PYP 학부모회’가 조직돼 있다. 30명 내외의 학부모님께서 학교의 IB교육 운영에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특히 코로나 이후 올해는 학교 탐구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고민했는데, 그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걱정거리가 하나씩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의 경우,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함께한다는 자체가 일종의 학부모 공개수업과 같은 부담으로 여기시기도 했다. 학부모의 경우, 학교 교육에 참여에 방점이 있기보다는 자녀의 수업 참여에 대하여 고려하시기도 하셨다. 두 측면의 고민 모두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어서,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이 필요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가장 먼저 학년별 교육과정을 살펴보면서 단순한 수업 참관이 아니라, 학부모의 학교 교육 참여가 ‘정말 필요한 곳’을 찾았다. 학년별로 참여가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 IB PYP 학부모회 모임에서 안내하고, 그 프로그램 중에서 학부모님께서 가능한 활동, 가능한 시간 등을 파악하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교실에서 요청한 부분을 학부모님께서 참여해 주시게 되니, 교사의 만족도도 대단히 높았고 학습에 이바지하는 바도 높았다. 학부모가 교육에 함께하는 것이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던 선생님들께서도 꼭 필요한 부분에서 도움을 주셨기에 큰 감사를 전하시기도 하셨다. 1학기의 유의미한 경험 이후, 선생님들은 자연스럽게 2학기에는 더욱 많은 요청을 하시게 됐다.

IB PYP 학부모회는 한 학기에 50회 이상의 학교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는 학부모님들을 단순히 ‘O학년 O반 OOO 학생의 어머님’이 아닌 ‘IB PYP 학부모회’의 일원으로 존중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학부모님 역시 자신의 활동이 내 아이만을 위한 교육 참여가 아닌, 학교 교육 전반에 기여하고 계심을 자연스럽게 느끼시는 것 같다. 이러한 학부모님의 수업 참여는 장기적인 경우도 많다. 특히 우리 학교 6학년이 펼치는 마지막 자유 탐구활동인 탐구 발표·전시회의 경우,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의 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30분씩 학부모님이 멘토가 돼 학생팀과 만나 탐구를 지원하기도 하셨다. 학부모님들의 교육 참여는 학교 교육이 무르익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 학부모가 학교 교육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일은 간단히 몇 가지 정도는 아닐 것이다. 특히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참여문화가 좀 더 성숙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종종 뉴스에서 학교의 다양한 정책과 관련하여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한다. 물론 꼭 필요한 사안들도 있지만, 학교 교육에 대한 교육의 주체로서의 행동이기보다는, 보통 자녀가 얽힌 이익과 관련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그러한 학부모들에게 학교 교육의 참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부모가 가진 다양한 요구사항, 학교의 실태, 주어진 환경 등에 따라 학부모의 인식 변화를 위한 방안을 충실히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학부모가 진정한 교육 주체성을 발현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볼 때다.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수요자이자, 참여자인 학부모를 언제까지나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