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나답게
[달구벌아침] 나답게
  • 승인 2022.11.27 20: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순란 주부
하루 중에 이동하는 폭이 좁다. 집과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 이외에는 만나는 사람도 많지가 않다. 대다수의 시간을 집과 직장에서 보내다보니 집과 직장생활이 ‘나’의 생각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은 그냥 매뉴얼대로 처리하면 된다. 문제가 생겨도 매뉴얼대로 해결하면 된다. 조금 복잡하고 귀찮지만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원칙에 따라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그래서 쉽다. 간단하다. 시간을 들이기만 하면 된다.

식물을 키우는 일도 공부를 하는 것도 시간과 노력에 비례한다. 뿌린 만큼 거둔다. 정직하다. 그래서 몰두해서 신이 난다. 애를 쓰고 신경을 쓴 만큼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와 투자는 예외인 것 같다. 투자는 잘 모르니 넘어가자. 그러나 돈도 들이고 시간도 들이고 애를 쓴 만큼 수익이 돌아오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얘기하므로 그런 것 같다.

사람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사람은 공을 들인만큼 반드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선의로 상대방을 돕고, 이야기를 하고, 존중을 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례와 억울함뿐인 경우도 있다. 한 번, 두 번 반복되면 자신이 잘못 산 것처럼 느껴지고 다르게 살아야겟다고 생각하기 이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 다른 감정, 다른 대응,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하루이틀 살다보면 어느날 문득 깨달을 것이다. 자기가 진짜 변했구나.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사람을 보고, 다른 말을 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느낀다. 그것이 자신에게 행복을 준다면 계속 그렇게 살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사는 게 낫다. 그런데 이게 뭐지 라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면 그 자리에 멈춰서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고, 같은 일을 반복해서 당하지 않기 위해 날을 세웠다. 그들과 똑 같이 살아보려고 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180도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보기로 했다.

앞에서는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욕하기, 친한 사람이 나쁜 말을 하더라며 전달하여 이간질하기,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깐족거리기, 은근슬쩍 자신은 치켜올리고 상대방은 깍아내리기, 급기야 이상한 사람으로 몰기, 자꾸 남을 의식하고 욕하고 똑같이 해줘야지 하다보니 자신을 잃어가는 것을 느낀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좋은 점이 점점 사라지고 자신이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되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흉하게 변했다. 싫어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사이코패스가 악용하더라도 나의 좋은 점을 잃지 말자. 그것이 더욱 사이코패스가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악용당하지도 말자. 나를 잃지는 더더욱 말자. 나를 훼손시키지 말자.

그럼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단순히 악인으로 살지 않는 것 만으로 나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21년간 엄마라는 이름으로 부여된 ‘과업’을 끝내고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취미활동, 공부, 사교, 친한 친구만들기. 맛집찾아 다니기. 한 두 번 하고 나면 시들시들해진다. 아이 시험 때문에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 해 끝나고 나면 꼭 할 거라고 버킷리스트처럼 갖고 있었는데 막상 나의 시간이 주어지니 그 모든 게 시들시들하다. 아이를 위해,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내겐 힘들어도 행복이었던가?

‘나답게’사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