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병에 대한 이해는 환자와 함께
[의료칼럼] 병에 대한 이해는 환자와 함께
  • 승인 2022.11.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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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목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대구시의사회 이사
뉴스에서 사건, 사고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일반적이지 않기에 기사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끔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의료진에 대한 물리적인 행사 및 그에 따른 의료진의 되돌릴 수 없는 상처는 참으로 안타깝다.

한번씩 대학병원에서 학교 건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예전 학생시절의 기억이 되살아 나곤 한다. 그 당시 의대강의의 외형적 형식은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이며, 매주 시험을 친 관계로 여유가 없었다. 그중 몇몇 기억이 남은 강의라면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고 들을 수 있었던 예방의학이다.

특히, 환자와 의사의 관계라는 주제인 강의가 기억에 남는다. 요약하자면, 이전에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환자가 진료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 의사가 거의 모든 사항을 주도해 가는 지시자와 수용자적의 관계였다면, 앞으로는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참여가 증가될 것이며, 지시와 수용의 관계가 아닌, 상호협조적인 관계에서 의사가 이끌어 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수업을 들었는지도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강산도 벌써 2번이나 변한 시점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의 접근이 가능하여 자기가 모르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그 정보의 근거와 신빙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의료도 예외는 아니어서 꼭 의사가 아니어도 의료정보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최근, 한 환우회에 초청되어 방문한 적이 있다. 유전성 질환의 하나로 현재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어 안타깝지만, 병의 코스를 바꾸지는 못하고 질환의 진행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만 해결해 가는 수준이다.

이러한 질환의 특징은 새로운 진단 기법, 특히 유전자 검사의 발달 및 대중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병명이 세분되어 가고 있으며, 전공자라 하더라도 모든 세분된 질환을 모두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커피에 비유한다. 믹스커피가 대중화된 이후, 원두커피가 대중화되며, 이후, 추출방법에 따라 다양한 커피메뉴와, 다른 재료를 섞으면서 다양한 커피메뉴가 등장한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환우회의 발표내용의 상당 부분을 환우가 직접 수집, 정리, 발표하였는데, 전달의 방식만 다를 뿐이지 그 내용은 아무리 의사라도 비 전공자가 들으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이는 환자가 각자 처한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성숙된 모습이라 하겠다.

본인의 진료실에도 환자가 다양한 요구를 한다. 상당수는 본인의 증상을 인터넷의 어느 자료와 맞추어 이 병이 아니냐는 내용이지만, 최근에는 환자 스스로 고민하여 본인의 증상 변화를 근거를 찾아서 내원하는 경우가 늘고있다. 의사는 환자에 대해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인내와 대화의 기술을 높여야 할 것이며, 환자는 그에 맞춰 질환에 대해 성숙된 이해를 갖춘다면, 진료실에서 오해는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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