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이것이 구태를 탈피한 새로운 정치인가
[수요칼럼] 이것이 구태를 탈피한 새로운 정치인가
  • 승인 2022.11.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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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은 참으로 역동적인 나라라 생각한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낸 기적 같은 경제적 성과나 IMF 위기 때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에 위기를 극복해 낸 모습들을 보면 진정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역량을 갖춘 국가임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정말 긍정적으로 급진적이라 할 수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최근 일련의 정치 행태를 보면 정말 대한민국 정치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과거 지긋지긋하게 들던 구태정치 탈피라는 소리가 무색해 질 정도로 말이다. 과거 정치와는 달리 요즘 정치를 보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특히 눈에 뛴다.

첫째, 협치가 사라졌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국회에 제출한 법안 77건 중 국회를 통과한 정부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수당은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이다. 정부가 야당과의 협치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인지 야당이 정부의 일에 협조를 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결코 국민들의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새가 하늘을 비상하려면 좌측 날개와 우측 날개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듯이 정치에서도 여당과 야당의 균형이 대한민국을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내년도 국회운영예산 약 7천억 원 증액에는 여야가 이견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건 국민을 위한 협치가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는 협작이라 생각한다.

둘째, 책임이 사라졌다.

최근 김의겸 의원으로부터 제기된 한동훈 법무장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거짓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의혹 제기가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기에 국정감사 자리에서 그 난리를 쳐야 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 사건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이런 식으로 져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강하게 든다. 국회의원의 말은 곧 책임이 따르는 말이다. 책임질 수 없다면 말하지 말았어야 한다. 하긴 요즘 정치판에 자신이 말한 것을 제대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정치인도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제대로 지키는 정치인들이 과연 몇이나 되는가! 마치 말하고 지키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것이 하나의 정치 트렌드 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태원 참사 때 인파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어느 한명 나서서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이와 관련하여 책임이 있는 사람들끼리 누가 더 책임이 있는가를 조사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정치인지 예능인지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품격이 사라졌다.

필자가 말하는 품격이란 어떤 성품이나 품위가 아니라, 넓게 보고 크게 보며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세상에는 어두운 면도 있지만, 그 어두움 이면에는 밝은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정치에서 바라는 점은 바로 그 밝은 점에 시선을 둘 수 있는 품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장과 발전은 어두운 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밝은 면에서 시작된다. 가령, 우리 사회의 어두운 점을 모두 들추어 처벌하고 바로잡는다고 해도 결코 우리 사회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없다. 왜냐하면 문제가 사라진 것이 성장과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짓말 하는 아이를 혼내서 그 아이가 거짓말을 안 하게 할 수는 있지만, 착한 일을 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거짓말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올바른 방향에 대한 안내와 교육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찾아내고,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문제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라를 이끌고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국민들이 본받을 수 있는 밝은 점도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만이 정치도 국민도 함께 성숙되고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과거 정치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고, 결코 보고 싶지도 않은 정치를 지금 보고 있을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정치에게 묻고 싶다. 대한민국 정치는 점점 발전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것이 구태 정치를 탈피한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구태 정치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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