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화해의 비결
[달구벌아침] 화해의 비결
  • 승인 2022.11.30 20: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은 무수히 많은 것이 얽히고설킨 결과로 일어난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갈등은 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풀기 어려운 이유가 많겠지만 가장 큰 그 이유라고 한다면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가 다른 자리에서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이 다르며, 서로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갈등이란 것도 영영 풀 수 없는 그런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해결이 그리 쉽지 않다. 이성(理性)은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이란 녀석이 상대와 화해하는 것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한번 꼬인 갈등의 문제는 감정 때문에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어찌 되었건 간에, '꿩 잡는 게 메'라는 말처럼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든 갈등을 풀게 되면 그 사람은 화해를 잘한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이고, 갈등을 잘 풀어내지 못하면 막히고 여유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화해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본인은 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사람들과의 갈등 경험이 좀 있다. 내 잘못이냐, 타인의 잘못이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 갈등을 겪는 모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니까. 암튼 지금부터 지나온 경험에 비추어 사람들이 화해를 시도할 때 사용하는 전략 세 가지를 이야기해 보겠다.

첫 번째 전략은 ‘너의 잘못을 먼저 인정해라.’의 전략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으로 화해를 할 수 있는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 이유는 이 전략이 유효하려면 상대방이 백기를 들고, 모든 것 내려놓고 항복을 선언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완전한 일방적인 잘못, 아주 큰 잘못을 하지 않은 다음에는 그렇게 할 일 만무하다. 대부분 죽을 만큼의 죄가 아니기에 항복하려니 자존심이 상하고, 그냥 이대로 지기에는 너무 자기 자신이 무능하다. 그러다가 보면 우울감도 찾아온다. 이 전략이 유효하려면 강제든, 아니면 자발적이든 한쪽이 먼저 백기를 들고 미안하다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러면 다른 한쪽의 감정은 작으나마 풀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쪽은 어느 정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서 싱겁게 갈등이 풀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서로 각자에게 동시에 백기 투항을 바라기 때문에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누구 하나 지려 하지 않고 평행선을 그으며 힘겨루기를 하기 때문이다. ‘네가 먼저 잘못을 시인하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해. 그전에는 국물도 없는 줄 알아’ 과연 여기에 순순히 백기 투항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주 큰 잘못을 하지 않은 다음에는 거의 없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략은 그렇게 좋은 전략이라 할 수 없다.

두 번째 방법은 동시에 ‘잘못했다’라고 말하기 전략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방법이 참으로 이상적인 좋은 방법이긴 한 것 같은데, 이 방법 또한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이유는 각자의 사건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자기식대로의 감정이 수그러드는 시간이 다르고, 성찰의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시에 함께 화해하기’란 쉽지 않다. 한쪽은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풀어져서 이제 화해를 하려 하지만, 한쪽은 아직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잔여물로 머리가 복잡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전략도 그렇게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

세 번째 방법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의 전략이다. ‘이렇고 저렇고’ 사건의 전후를 따지지 않고, 이해관계 따지지 않고 그냥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전하는 것이다. 본인의 경험상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전략이고 가장 좋은 화해의 비결이었다. 특히 부부간의 갈등의 해결방법에는 이 방법이 정말 유효하다. 이긴다고 이긴 것이 아니고, 졌다고 진 것이 아닌 부부관계에선 먼저 ‘미안하다’란 말로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냥 먼저 ‘미안하다’ 하면 그것이 화해의 시작이 된다. 그렇게 먼저 마음을 풀어놓은 후에야 대화가 시작된다. 그전에는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몇 날을 이야기해도 모두 헛수고일 뿐이다. 그냥 ‘미안해’ 한마디가 갈등을 푸는 열쇠가 된다. 화해의 비결은 바로 ‘내가 먼저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