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이제 그만 제 자리에
[대구논단] 이제 그만 제 자리에
  • 승인 2022.12.01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소년은 1960년대에 천주교와 만났다. 시골 성당이라 그런지 신부님과 교우들은 가족이었다. 신부님은 신도와 자주 격의 없는 대화를 했다. 하루는 직업관에 대해 잡담을 나누던 중, 소년은 무례한 질문을 하였다.

“그럼, 신부님도 신부라는 직업이 생계 수단이겠네요?” 주위는 조용해졌다. 모두 신부님을 쳐다보았다. 신부님은 불편한 기색 없이 미소를 띠셨다. ‘그렇지 살기 위한 직업이지’ 뒤이어 말씀을 계속하셨다. ‘사제는 사람을 위해 사람 중에 뽑힌 자이다. 참으로 신부는 개인이 아니고 또한 자기를 위한 존재도 아니다.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인이다.’

당시 신부님은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셨다. 지역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육체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 남으로부터 비하 받는 직업을 가진 이들을 위해 복음을 전하셨다. 부모 없는 아이의 집을 찾아가 손빨래를 해주고, 빈곤한 사람들의 아침밥을 걱정하였으며, 지체 부자유한 이들의 손을 잡고, 어깨를 부축하며 걸으셨다. 지역사회의 사랑과 빛이셨다. 그 후 소년은 천주교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서 저주의 굿 소리가 들렸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본래 저주의 굿 소리가 아니다. 우리 어머니들의 지성의 소리이다. 어느 골짜기 평범한 집에서, 노모는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 놓고 아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노모의 기원은 이루어졌다. 아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하였다. 교육학에서도 어머니와 자녀 간에는 텔레파시가 작용하여, 어머니의 기원이 자녀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구소련에서 동물(어미 토끼와 자녀 토끼)의 실험으로 얻은 결과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저주의 굿 소리는 천주교에서 들려왔다. 천주교의 메시아는 사랑이다. 저주의 굿 소리는 메시아에 반(反)하는 것이다

‘기체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주교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가, 저주의 글과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기를 기원한 것이다. 대통령이 죽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민은 놀랐다.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세상이 정말 미쳐 돌아가는 건가요?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신부님이라는 고결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죽기 바라는 저주 글을 공공연하게 올리다니요.’

‘천주교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 당신의 세례명이 미카엘이라고 알고 있는데 당신이 미카엘이라는 이름을 쓸 자격이 있습니까? 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바라는 당신이야말로 사탄이 아닌가요?’

천주교 대전교구에서는 박주환 신부가 무릎을 꿇고 교회와 국민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음을 고백했다고 하였지만, 국민은 그가 직접 사죄하는 말은 듣지 못했다.

한편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대표인 김규돈 신부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용하는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고 하였다.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전 국민이 양심을 모으면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

이 글이 알려지자 역시 인터넷에서 비난의 글이 도배하였다. ‘죽음을 기원하는 성직자라니, 소름 끼친다.’ ‘보통 사람도 저렇게 저주는 하지 않겠다.’

성공회는 ‘자신을 닦고 마음을 씻으며, 악을 물리치고, 선을 행’(修己洗心 去惡作善)하는 것을 지향하는 종교이다. 그런 성공회의 신부가 대통령이 죽기를 선동한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대한성공회에서는 김규돈 신부를 직권면직했다. 신부로서 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성공회는 교세(신자 5만여명)에 비해 진보성향의 정치인이 많이 거쳐 간 곳이다. 신영복, 이재정, 조희연, 박성준(한명숙 남편), 유시민, 탁현민, 고민정, 김재동, 남인수, 이정미, 김제동 등이다.

그리고 천주교에는 정치 지향적인 단체가 너무 많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탈핵천주교 연대, 촛불 승리 전환 행동, 대한민국수호천주교 모임…. 교회는 복음을 전하는 곳이다. 교회는 이제 정치활동은 그만하고 제자리로 돌아올 때이다.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느님은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가져오라(聖 프란체스코)고 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사상이 다른 이와 함께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