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자연으로 돌아가라
[치유의 인문학] 자연으로 돌아가라
  • 승인 2022.12.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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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마음치유를 강의하고 직업으로 가진 교수의 책상에 건강관련 책이 의외로 많다.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는 필자의 오랜 신념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마음치료는 몸 치료로 가능하다고 늘 힘주어 말한다. ‘자연과 가까우면 건강하고 자연과 멀어지면 병이 온다’라는 말이나 ‘누으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책 제목처럼 자연이 가지고 있는 치유력과 회복탄력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 그이상이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이 건강하고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이 소소한 절대 진리 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절대 진리 말이다.

혹시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장수마을을 아십니까? 서양에 한 곳, 동양에 한 곳 있다. 서양쪽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고 동양 쪽은 일본의 ‘오키나와’이다. 사르데냐는 이태리 남부에 있는 섬으로 제주도의 10배 정도 되는 면적에 인구만 160만 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세 이상 노인만 300명 정도였다. 섬 전체 어딜 봐도 인공적인 부분은 없고 자연에 순응해 사는 모습과 청색 바다와의 조화가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섬 전체에 염소가 도로를 제집처럼 걸어 다녀도 전혀 개의치 않을 정도로 자연에서 나는 먹거리도 풍부하다. 그래서 그들의 생활 습관을 찾아보았다. 의외로 단순했다. 하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첫째, 눕지 말고 움직여라. 둘째, 적게 먹어라. 셋째, 제철 채소나 과일을 먹고 거친 음식을 먹어라. 넷째, 생선을 많이 섭취하라. 다섯째, 낙천적으로 생활하라. 대단하지 않는가? 뭐 대단한 비결이라도 있을거라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이 다섯 가지 원칙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항목은 첫째와 다섯째다. 눕지 말고 움직여라, 그리고 낙천적으로 생활하라. 사르데냐의 노인들은 집에 가만히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하다고 한다. 종일 염소를 돌보거나 채소를 가꾸는 등 끝없이 움직이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할 정도로 노동 그 자체를 즐긴다. 즐김에서 나오는 마음의 여유가 낙천적인 성격을 만들어내고 그 낙천적인 성격이 바로 스트레스에 강한 면역력의 원동력이 됐다. 새벽에 일어나 염소젖을 짜고 아침에 마당에서 금방 따온 양배추, 시금치, 브로콜리 등 신선한 채소에 올리브오일을 버무려 거친 통밀빵으로 건강 식사를 즐긴다. 여기에 한두 잔의 레드와인은 즐거운 식단의 화룡점정이다.

그럼 이제 동양권을 볼까요. 일본 큐슈 남단으로부터 약 985km 떨어진곳에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 오키나와가 있다. 사르데냐가 남성들이 오래 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면 이곳 오키나와는 여성들이 오래 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장수 비결도 다섯 가지다. 첫째, 소식과 자연식을 하라. 둘째, 서두르지 말고 둘러가라. 셋째,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라. 넷째,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봉사하라. 다섯째, 놀이를 즐겨라. 오키나와의 장수비결은 다섯 가지 모두가 의미 있지만 특히 첫째와 둘째, 다섯째가 흥미롭다. 일본의 전통 건강비결 중 ‘하라하지부(復八分)’란 용어가 있다. 80%만 먹으라는 뜻이다. 과식에서 오는 육체적 비만의 경계와 심리적 욕심의 경계를 함께 포함하고 있으니 이 보다 더 큰 자기 절제가 어디 있겠는가? 둘째와 다섯째는 서두르지 말고 놀이를 즐기라고 하고 있다. 마음으로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이 어려운 엄청난 내공의 가르침이다. ‘빨리빨리’ ‘파이팅’이 대한민국 공식 응원가인데 거꾸로 실천하라는 가르침이다.

세상을 뒤집어보면 이해가 된다. 서울 한강 공원에서 하는 ‘멍 때리기 대회’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대한민국에서 중년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TV 채널이 ‘나는 자연인이다’가 선정됐으니 어찌 보면 우리의 마음과 몸이 간절히 휴식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르데냐와 오키나와의 가르침을 섞어보면 메시지는 더욱 선명해진다. 자연식단을 즐기면서 즐겁게 일하고 삶의 의미를 갖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경계가 있다. 혹시나 현대문명의 이기에 취해 인스턴트 음식으로 위장을 채우고 육신의 편안함을 찾는다면 한 때 장수마을로 유명했던 야마나시현의 유주리하라촌이나 최근 빠르게 도시화가 된 현대 사르데냐처럼 언제 그곳이 장수마을 이었냐는 듯 순식간에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린다.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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