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전 대통령 서훈 선에서 꼬리 자르려 하나
[사설] 문 전 대통령 서훈 선에서 꼬리 자르려 하나
  • 승인 2022.12.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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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토요일 구속됐다.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 및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그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서 전 실장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에서 북한에 피살된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최고 사령탑이었다. 그가 구속됨으로써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검찰의 수사가 문 전 대통령으로까지 이어질지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이 씨 사망 직후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10시경 이 씨 사망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씨 사망 후 시신이 소각됐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서 전 실장이 다음 날 오전 1시경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사건을 월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서 전 실장은 국정원 등의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의 대북 감청 정보 등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의혹도 받고 있다.

정부가 이 씨를 월북으로 단정한 것에 대한 의구심은 한둘이 아니다. 서 전 실장은 이 씨의 월북 증거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문제의 어업지도선의 구명조끼는 모두 그대로 있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이 씨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은 사실도 은폐됐다. 서 전 실장이 주장한 이씨의 슬리퍼나 부유물 등도 모두 허위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 씨가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를 정부가 모두 은폐한 것이다.

검찰의 서 전 실장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도를 넘지 말라’는 입장문을 냈다. 여기에서 문 전 대통령은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 씨 월북 판단은 서 전 실장 선에서 했고 문 전 대통령 본인은 그 판단을 수용한 것뿐이라는 얘기이다. 월북 판단이 잘못돼다 하더라는 문 대통령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 하겠다.

서 전 실장 구속 영장에서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중대한 결정을 서 전 실장 선에서 최종 판단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문 전 대통령이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봤다’는 것은 그가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라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성역 없이 수사해 역사적 범죄의 진실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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