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월드컵16강과 민노총 파업
[대구논단] 월드컵16강과 민노총 파업
  • 승인 2022.12.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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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2022년이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는 12월. 열두 장이나 붙어있던 달력이 이제 달랑 한 장밖에 안 남았다. 어떤 사람은 세월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고 한탄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별 볼일 없었던 한 해가 이제야 넘어간다고 좋아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른 감성에 젖게 만드는 세모(歲暮)지만 어찌되었든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한 해 가득 실려 여기까지 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언짢은 사건은 핼러윈에 터진 이태원 참사다. 당국에서 미리미리 최악의 사태를 예견하고 충분히 방책을 세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3년에 접어드는 코로나19는 이제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초창기에는 확진자가 된다는 것은 주위로부터 따돌림은 물론 손가락질까지 받아야 하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누구와 접촉했는지 여부를 추궁하는 방역당국의 엄정한 동선(動線) 추궁에 거짓말을 하게 되는 환자도 부지기수였다. 1차에서 5차까지 백신을 맞았어도 걸리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다보니 백신 불신감이 커졌고 해를 거듭하면서 확진자가 많아져도 공포심은 사라진 것이다.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은 발생지역을 통째로 봉쇄하는 공산당 특유의 강제조치를 취하다가 오히려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호미난방(虎尾難放)의 처지에 빠졌다. 이럴 즈음 우리는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경기와 국내에서 펼쳐진 민노총 파업을 겹쳐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좋은 축구경기에 우리는 2002년 히딩크 덕분에 4강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선수들도 잘했지만 붉은 악마 응원단은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을 외치게 만든다. 이번 대회는 카다르가 340조원을 투입하여 유치한 대회다. 네 팀이 한 조가 되어 승패를 겨루고 두 팀이 16강전에 진출한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선수출신 축구해설자인 이승우가 한국 팀의 전적이 “1승1패1무일 것”이라고 예견하기에 설마 했는데 어쩌면 그처럼 귀신같이 맞췄는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한국이 속한 H조는 강호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그리고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가나와 환 판을 겨뤘다. 대부분 포르투갈에겐 지고 우루과이와 비기면 가나에게 승점을 얻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결과는 승패 팀이 엇갈렸다. 가나에 넘어지고 포르투갈을 깔아뭉갰다. 참으로 공이 둥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만끽했다. 우루과이와 승점은 같았지만 득점수가 많아 한국은 16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이뤘다. 세계최강이라는 독일은 일본에 패하여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다. 전통적인 강호들이 월드컵에서 미끄러지는 것은 과거에도 흔히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약체인 아시아 각국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한국의 응원 팀은 현지까지 진출하여 특유의 함성으로 선수들마저 “상암 경기장에서 뛰는 느낌이었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더구나 광화문광장은 갑자기 내리는 비와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이 새벽 두 시까지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데 정신적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된다.

이 시점에 강경노조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등의 총파업을 결행하여 물류를 마비시켰다. 주유소에 기름이 동나고 아파트 공사장에 시멘트 공급이 끊겼으니 이에 부수된 모든 협력업체들도 어쩔 수없이 문을 닫았다. 가뜩이나 가장 나쁜 경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그나마 물류가 소통하지 못하면 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잘 살자고 일하는 사람들이 손을 놓고 있으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북한 김정은처럼 백성이 굶어도 민노총만 살찌면 좋단 말인가? 이에 반발한 젊은 노동자들이 명분 없는 파업으로 경제가 망가지고 노동자들이 죽게 된다고 외치며 민노총 주도의 파업전선에서 이탈을 선언하고 업무에 복귀하고 있어 큰 희망을 준다. 파업은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결행하는 최후의 수단이지 정치적 목적이나 노조간부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아무도 호응하지 않게 될 것임을 젊은 노동자들이 보여줬다. 한국 팀이 월드컵16강에 오르는 것처럼 민노총도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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