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만필] 벤투의 희생
[천자만필] 벤투의 희생
  • 승인 2022.12.06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준엽 시사유튜버(대한민국 청아대)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끝으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여정은 이제 다시 4년 후로 미뤄졌다. 다소 큰 득점차로 브라질에 패하긴 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고, 12년만의 값진 16강을 달성했다. 특히 손흥민, 김민재 두 스타플레이어의 부상 투혼은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에너지를 줬다. 정치·경제 등 여러모로 힘든 위기에 있는 대한민국인 것을 감안하면 분명 이번 월드컵 16강은 우리에게 큰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경기는 단연 포르투갈전이다. 가장 짜릿하다는 2:1 역전승과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우루과이 : 가나 전은 지금 생각해도 한편의 드라마였다. 특히 가나전에서 퇴장을 받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봐야했던 벤투 감독의 용병술도 참 인상적인 경기였다. 역전골을 교체 투입된 황희찬 선수가 넣었으니 말이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전에서 벤치를 지킬 수 없었던 이유는 가나전 경기가 끝나고 주심에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 대표팀의 코너킥 차례였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시간 없이 경기가 종료돼서 한 항의였다. 사실 벤투 감독이 주심에게 항의하기 전에 이미 우리 선수 4명이 주심을 둘러싸고 항의하고 있었고, 테일러 주심은 급기야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려고 했다. 말하자면 만약 벤투 감독이 벤치에서 뛰쳐나오지 않았다면 우리 선수 중 누군가가 퇴장을 당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EPL에서 손흥민 선수를 퇴장시킨 전적이 있는 테일러 주심이라 꽤 위험한 상황이었다. 퇴장을 받으면 우리 주전 중 누군가 다음 경기를 뛰지 못하기 때문에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이를 간파한 벤투 감독의 노련한 행동은 이번 월드컵의 또 다른 감동 포인트였다. 비록 한국인은 아니었지만 정말 국가대표팀 감독다운 모습이었다.

어쩌면 현재 대한민국에 벤투 감독의 희생정신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은 여러 공직자들을 바라보고 믿으며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공직자들은 높은 위치에 있지만 책임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들은 언제나 희생될 준비가 되어있다는 그 믿음 말이다.

비록 벤투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기로 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참 많은 것들을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고맙다 벤투! 오브리가두(포르투갈어) 벤투!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