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멋진 젊은이들
[문화칼럼] 멋진 젊은이들
  • 승인 2022.12.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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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최근 여러 날 길을 나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여행지에서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자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로 해서 또 하나의 삶의 이야기 거리가 만들어진다. 아무튼 흔히들 말하는 '요즘 젊은이'라는 표현은 수천 년 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번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들은 과거의 이런 느낌과는 사뭇 다른 정서여서 '요즘 젊은이'들을 다시 보게 된다.

이번에 난생처음으로 최근 트랜드라고 할 수 있는 원 포인트 투어 가이드를 이용해 보았다. 서울 북촌과 국립중앙박물관을 각기 다른 날에 이들의 도움으로 둘러보았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언제나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지만 여행길에서 전문가의 지식을 접해보는 것은 확실히 유익하다. 북촌의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과거 그곳을 가끔씩 드나들면서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다. 이로 인해 여행의 기쁨은 확실히 배가 되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역사공부 하듯이 매우 진지하게 둘러보았다. 불교문화와 도자기 문화를 단편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앞으로 박물관과 친해지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틀의 가이드 투어 공히 참여 인원이 매우 적었다. 비수기, 게다가 평일이라 그런지 거의 최소 인원만 함께 하게 되어 매우 미안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틀 다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서 마지막 순서까지 지치지 않고 오히려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는 그들에게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즐기면서 일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이어서 여러 가지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족 셋이서 틈나는 대로 이곳저곳을 다니는 편이지만 이번에 8년 만에 제주도 여행을 함께 했다. 역시 제주는 언제나 좋다. 모든 여행길에서 먹는 즐거움을 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이번 일정에서는 매끼 다른 음식을 먹기로 했다. 도착한 날 저녁, 어렵사리 예약한 철판요리 오마카세 집에 가게 되었다. 서귀포 시내에서 좀 떨어진, 감귤 밭이 있는 한적한 동네 골목 안쪽에 자리한 식당이다. 최대 8명을 수용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날은 우리 가족만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 적막강산 같은 깜깜한 목적지에 도착하니 작지만 깔끔한 공간이 우리를 반긴다. 오마카세의 장점은 오너 셰프와 함께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그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쏠쏠한 팁을 얻을 수 있다. 그것도 눈앞에서 직접 보며 듣는 설명이다 보니 실전에서 곧바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노력과 프로정신에 절로 기분 좋아지는 저녁이다. 단 우리 세 사람을 위해 마당에 모닥불까지 피웠다. 이것은 생략하였더라도 우리는 인지조차 못했을 텐데 이것으로 인해 우리의 마음은 시작부터 무장해제 되었으며 식사자리와 작고 예쁜 마당의 두 공간이 연결되어 맛과 멋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제주 토박이가 아닌 젊은이 둘이서 꽤 여러해 전에 이곳 호텔에서 일하다 두해 전 쯤 독립했단다. 타지에서 의기투합하여 모험에 나선 선후배 두 사람을 응원하는 바이다.

그날 밤 기대하지 않았던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날 포르투갈 전을 이겨버렸다. 게다가 경우의 수까지 딱 맞아떨어져서 16강 진출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도 그랬고 나 역시 이번에 우리가 이길 팀이 어디 있나? 그래서 앞의 두 경기에 대하여 그렇지 뭐, 이런 심정이었다. 우리의 이런 시큰둥한 마음에도 그들, 선수들과 붉은악마들의 자신감과 믿음, 의지는 꺾이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비기거나 진 경기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는 모습에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아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16강전에서 브라질에 패했지만 선수들의 대단한 축구실력 만큼 정신적으로 매우 균형 잡히고 성숙한 모습을 이번에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거의 완벽하다. 해외에서 살거나 자주 다녀 본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우리의 의료·복지·문화·교육·치안 등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제반 조건들의 체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를….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의 의식수준은 이런 시스템과 정비례하지 않다고 생각 했었는데 이번 월드컵에 임하는 선수들과 응원단의 모습은 그동안 봐온 그런 불균형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가 있는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구김 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지금 현재'를 잘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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