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
  • 승인 2022.12.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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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중국은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가? 불평등, 부정부패 등 이를 가로막는 여러 가지 요소를 거론할 수 있으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중국의 민주화가 공산당을 흔들거나 국가의 분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2021년 7월 23일은 27살 마오쩌둥에 의해 중국 공산당이 만들어진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인구의 1/3을 지배한 공산국가들은 대부분 망하고 현재 중국, 베트남, 북한, 라오스, 캄보디아, 쿠바만이 살아 남아있다. 중국 공산당이 살아남은 이유는 바로 빵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이 시작될 때까지 중국 인구 3억 명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최빈곤층이었다. 이런 중국을 부자 국가로 만들어주었는데 공산당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실용주의 입장에서 국가 이슈를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최고 지도부는 막시즘, 레닌이즘, 모택동 사상, 등소평 이론, 강택민의 삼개대표론,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강조하고 국민들에게 민족주의, 애국심 및 중국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아직도 살아있고 중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중국에서 민주화가 가능한가?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사태에서 중국 당국의 100만 베이징 시민과 학생들에 대한 탱크를 앞세운 무차별 진압과 이번 홍콩에 대한 태도를 볼 때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민주화될 확률은 굉장히 낮아 보인다.

중국이 민주화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다수결의 원칙, 인권 보호, 제한된 정부에 대한 관념의 부재다. 중국은 황제나 주석에 의해 지배되고 자가 선출, 영구 지배가 일상화되었다. 정치학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는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권할 만한 정의는 국민이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고, 일을 못 했을 때 다음 선거에서 자리에서 쫓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영구집권과 마오쩌둥보다 더한 권력을 추구하는 시진핑을 볼 때 중국이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둘째, 중국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적 개혁이 있으려면 공산당 안과 밖의 관료들이 그들 파워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나 그럴 가능성은 아직 없으며 오히려 정치적 파워를 통해 개인적 혜택을 보는 것은 중국의 전통이다. 중국은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人治)이고 일당독재에 의한 지배이다. 이는 중국 국민의 공산당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고 공산당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중국 지도부는 민주주의적 개혁을 사회적 혼돈과 동일시하고 있다. 가난한 자와 부자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도시와 농촌 지역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하루 1~2달러로 살아가는 농민공은 중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 박탈감의 증대는 국민의 데모와 반공산당 타도를 일으킬 수 있어서 중국 지도부가 정치체제에 민주주의를 도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넷째, 중국은 55개 소수민족을 가지고 있으며 티베트, 신장위구르, 내몽고 등에서는 중앙 정부에 대항해서 분리 독립 운동과 테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지역에 대해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자유를 줄 수 없으며 이는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과 같고 중국 분열의 신호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타이완에도 영향을 주어 타이완 분리 독립과 자유화 운동의 씨앗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고 본다. 중국은 통합과 중국의 안정을 위해 이들 지역에 민주주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왜 민주화되기 어려운지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중국은 민주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원들은 최고의 엘리트이며 지금 중국 국민들도 3천만 명이 굶어 죽은 대약진운동 때나 문화혁명 때의 중국 국민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첫째, 돈을 가진 중국인(Money). 중국에서도 돈을 가진 중산층과 상류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민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세상의 흐름도 민주화를 추구하게 된다. 돈을 가지게 되면 국가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정치적 자유와 정치적 참여를 갈망하게 된다. 배부른 돼지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재능이 있고 스마트한 중국인(Talent). 문화혁명 직후인 1977년에 대학 신입생이 40만이었는데 지금 대학 신입생이 700만이다. 미국 유학생이 25만 명이고 외국으로 나가는 유학생 전체 숫자는 70만 명에 이르러 중국에서 똑똑한 지식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셋째, 정보에 밝은 중국인(Information). 비록 구글과 페이스북이 폐쇄되어 있고 검열이 강화되고 있으나 중국인들도 인터넷 혁명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유례없는 접근이 가능하고 공산당의 실정과 부정부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넷째, 도시화(Urbanization). 많은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의 도시화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도시인들은 농민들보다 정치참여 욕구가 높다. 도시에는 자유라는 신선한 공기가 있다.

중국의 지도자는 과거의 지도자와는 달리, 돈, 재능, 정보를 가진 새로운 국민을 다루어야 한다. 국민의 정부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중국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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