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마스크로 인한 대학수업의 변화
[대구논단] 마스크로 인한 대학수업의 변화
  • 승인 2022.12.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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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최근 언론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모든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하니, 우리도 조만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이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커진다.

필자는 대학에서 수업을 하면서 그동안 실내 마스크 착용 때문에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들을 경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얼굴 확인이 힘들어서 학생과의 개별적 관계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 학기 수업이 끝나는 시점에는 새롭게 알게 되고 인상이 또렷하게 남는 학생들이 많이 생긴다. 얼굴과 이름이 연결되어 이름만으로도 혹은 얼굴만으로도 학생들을 기억에서 다시 회상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유사한 마스크 쓴 얼굴만 기억되니 학생을 구분해서 기억해 내기가 너무나 힘들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학기도 한 학기 수업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기억나는 학생 이름은 있어도 기억나는 얼굴은 없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눈에 띄는 신체적 특성(예를 들어 키가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을 가진 학생만 그나마 몇몇이 기억에 남지만 얼굴은 기억에 없이 모두 흐릿한 마스크의 이미지 속으로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마스크로 인한 또 다른 현상은 수업에서 토론이 힘들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상대방과 물리적 장벽이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학생들은 마스크로 인해 그러한 장벽을 느끼는 것인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기를 꺼려한다. 그러다 보니 교수 혼자서 일방적으로 말하고 끝나게 되는 수업시간이 되었다. 필자는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수업 시간에 되도록 의견을 말하도록 유도하곤 했었는데 마스크를 쓴 이후엔 그런 시도가 잘 성공하지도 않고 또한 학생들 표정으로 나타나는 반응확인도 힘들어 쉽게 포기하게 된다.

이 외에도 수업 중 서로 간의 아이컨택이 힘든 것도 느낄 수 있다. 얼굴 표정은 알 수 없고 오로지 상대방의 눈만 주목하는 상황은 학생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눈이 마주치면 시선을 돌리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음을 본다. 얼굴 표정을 통해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정서적 안정감이 전제되어야 상대방과의 아이컨택이 소통과 관심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인데, 마스크로 인해서 얼굴표정을 알 수 없으니 서로 쳐다보는 시선은 날카롭고 차갑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마스크로 인해서 상대방의 입술 움직임을 파악하기 힘들어서 청각장애인들이 커뮤니케이션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생후 8개월부터 ‘입술 읽기’를 시작하고 이를 통해 언어감각이 발달하는데, 마스크로 인해 이 과정이 방해를 받으며 언어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인간은 얼굴에서 감정을 읽고 판단하는 면이 크기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도 힘들게 하고,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사회가 효율적이고 조화롭게 작동되는 방식을 방해하게 된다.

광주대학의 전진명 교수는 비행기 승무원들의 신체언어(손동작, 자세, 눈 맞춤, 표정 등)가 고객의 라포(rapport)형성과 유대감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비스가 이뤄지는 많은 실내 공간에서 위생안전의 이유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얼굴표정 확인이 힘들기 때문에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간의 신뢰나 유대감은 바닥에 떨어진 느낌이다. 표정 확인이 힘들다면 이제는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신체언어가 무엇인지 찾아내서 수업에서라도 활용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 여러 가지 감각과 몸짓을 사용하는 법을 통해서 학생을 바라보는 교수의 정서 상태를 알리지 않는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관계형성과 교육의 실현이 점점 더 악화될 것 같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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