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선진 시민의 인권 의식
[대구복지논단] 선진 시민의 인권 의식
  • 승인 2022.12.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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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욱 대구아동복지협회장
인권(人權)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 즉 사람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마땅히 가지는 권리입니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간섭하지 않을 권리인 자유권에서 시작하여,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도록 요구하는 근로권, 행복추구권, 교육권을 포함한 사회권, 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문제와 관련한 평화롭게 살 권리,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 등 집단권까지 넓어지고 있으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개념입니다.

나 혼자 산다면, 어차피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피해 줄 일도 없으므로 인권이라는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작게는 가족에서, 학교, 직장에 이르기까지 함께하며, 크게는 지구촌 세계 곳곳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서로 함께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이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영향으로 인해 기름값이 오르고 온갖 물가가 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오늘날은 멀거나 가깝거나 관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고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인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혹은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필요한 영역입니다. 역사적으로 시민의식이 성장하면서 근대에 이르러 인권을 인식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침해받아 오던 아동, 여성, 노인, 그리고 약소국 등 약자의 권리가 중요시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세계 속에서 주목받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운 대구시민으로서는 이러한 인권 인식을 지니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근본적인 것을 살펴보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최근 교권과 학생 인권, 아동학대와 인권, 돌보는 사람의 인권, 회사와 직원의 인권, 그리고 남녀 사이의 인권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상대적인 불평등으로 인해 배려되었던 것들이 오히려 반대의 상황으로 역전되면서 벌어진 일들이 다수 있습니다. 아동의 인권이 강화되고 교육이 강화되면서 아이들이 몰랐던 자신의 권리를 알게 되고 불평등을 넘어설 수 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신의 인권을 찾는 것을 넘어서 자신들의 인권 침해를 빌미 삼아, 혹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방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는 현상들도 벌어지는 현실 또한 존재합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 한 가지는 최근 강화된 인권 교육의 부작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인권은 사람들 사이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함이 그 근본인데, 지금까지 상대적 약자라고 여겨졌던 분들의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때로는 역전되고, 가끔은 을의 횡포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여겨집니다.

인권 교육을 통해 여전히 배려받지 못하고 차별과 편견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에게 찾아가서 그들의 권리를 일깨우고 도와주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누군가가 강자가 되어 상대적 약자를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것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으로 어울리지 않으니,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본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한편, 인권의 역전과 더불어 인권의 기초가 되는 존중에 대해서도 우리는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존댓말로 좋게 말한다고 해서 존중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근원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마음에 없다면, 아무리 좋은 말로 표현한다고 해도 존중이 아닌 형식적인 존댓말일 뿐입니다. 때때로 교양있는 말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비꼬면서 말하는 경우를 여러분은 경험하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분명 좋은 말인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욕쟁이 할머니로 대표되는 어떤 분들은 엄청난 욕설을 섞어가며 큰 소리로 나무라듯 얘기하셔도 기분 나빠하지 않은 것은 표면적인 말이 아닌 그 심중에 있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 형식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이 다가옵니다. 인권은 본질에서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존중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고, 더 나아가 우리 주변 이웃들을 살펴보시고 기꺼이 그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실 수 있는 진정한 인권 의식을 지닌 여러분이 되시길 간절히 소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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