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갈수록 입지 좁아지는 문과생들
[데스크칼럼] 갈수록 입지 좁아지는 문과생들
  • 승인 2022.12.1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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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사회2부장
통합수능 2년차를 맞은 올해 수능에서도 이과생들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문과생들은 수학의 불리한 점수를 국어로 보완했지만 올해 수능에서는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수학은 물론 국어에서도 1등급을 싹쓸이 했다고 한다.

2023 수능에서 수학 영역은 미적분(이과생) 표준점수 최고점이 145점, 확률과통계 최고점이 142점으로 3점 차가 났다. 같은 만점을 받아도 이과생들이 선택하는 미적분 최고점수가 문과생이 대부분 응시하는 확률과통계 만점보다 표준점수가 3점이 높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수학 영역 1등급(표준점수 133점)은 국어 영역 1등급(표준점수가 126점)보다 표준점수가 무려 7점이 높다. 등급이 내려갈수록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는 더욱 커진다.

수능에서 수학을 잘친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여기다 수학 1등급은 이과생들이 거의 독차지한다.

대구지역 최상위권인 A고의 경우 올해 수능에서 문과생 중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은 단 1명이다. 반면 이과생중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은 많다.

A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지역의 학교에서는 문과생 중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이 1명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어도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가 만점인 학생의 표준점수)은 언어와매체(이과생 선호)를 선택한 경우 134점, 화법과작문을 선택한 경우 130점으로 4점 차가 난다.

국어도 이과생들이 훨씬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국어 1등급의 표준점수는 수능당일 가채점 결과후 발표된 것과 무려 8점이상 차이가 난다.

실제 수능당일 가채점 결과는 국어 1등급이 원점수 92점에 표준점수가 134~135점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원점수 92점이 2등급에 표준점수는 122~124점이였다. 가채점때와는 표준점수가 10점이상 차이가 났다. 물론 국어가 쉬웠다고 해도 이과상위권 학생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명확하다.

올해 문과생들은 '불수학'에 치이고 국어에서도 밀렸다. 이같은 결과는 통합수능으로 교차지원이 가능한 정시모집 원서접수(오는 29일부터)에서 이과생들의 문과침공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이과생들의 학습량이 문과보다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당한 노력의 댓가로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문과생들의 침몰과정을 보면 과연 입시 제도가 100% 완벽한 것인가에는 의문이 생긴다.

대다수 사람들은 얘기한다. '성적은 노력의 결과'며 '수학에 큰 자신이 없어 문과를 선택하지 않았느냐'고.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사람마다 각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분야가 있고 약한 분야도 있다. 수학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최상위권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창의력, 창작성, 인문학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학생도 있다. 이같은 각자의 개성과 장단점은 외면한 채 '수능=수학'이 공식화 되는 것은 장래 대한민국 발전에도 반드시 좋은것 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이과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선 고교에서는 문과와 이과 비율이 3대7, 심지어 2대8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과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선학교는 이과비중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이며 문과생들은 설자리를 잃어갈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대학 입학뿐만 아니라 취업으로도 직결된다.

최근에 만난 사회계열 B교수는 문과를 도외시 하는 현상이 고착화 될 경우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과정에서 반도체, 전자, 조선, 화학 등 기술분야가 이끌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K팝 등 K문화를 세계에 알리면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한국의 인지도를 높인것은 기획, 홍보, 마케팅 등을 잘 할수 있는 문과생들이 없었으면 가능했겠는가""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인문·사회학이 재각광을 받을 수 있는데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失)이 될수도 있다"고 했다.

국가발전을 위해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열에 몰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더욱 장려해야 한다. 하지만 문과가 적성에 맞고 소질이 있어 지원한 학생들이 '수학' 한 과목때문에 꿈을 잃고 좌절하는 것도 국가적 손실일수 있다. 창의융합적 인재양성을 위해 실시한 통합수능이 조금 더 디테일 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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