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과이불개(過而不改)가 주는 교훈
[수요칼럼]과이불개(過而不改)가 주는 교훈
  • 승인 2022.12.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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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교수신문이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하였다. 과이불개란 공자의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말로서, 원래 문장은'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이다. 이 말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애초부터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어느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물론 잘못이 어떠한 고의성도 지니지 않았을 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보다도 잘못한 이후의 책임과 반성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 표를 준 것도 어찌 보면 한 치의 실수나 잘못 없이 나라를 운영하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만일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나라를 운영하는 주체 또한 사람이기에 실수나 잘못은 항상 저지를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이전 정권에서 저지른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 만일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잘못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결국 그런 나라는 모순과 불공정이 가득한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만일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감 없이 잘못의 결과를 타인이나 다른 환경적 요인의 탓으로 돌린다면 결코 진정한 반성은 이루어질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어이없는 사고들이 벌어지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가와 금리는 점점 올라가고, 고용시장은 매우 불안정하다. 그러나 누구하나 잘못했다는 사람도 없고, 책임지려는 사람도 없다. 물론 대외적인 여건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지만 과연 현재의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움에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 것일까?

책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도덕적 책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법적 책임이다. 도덕적 책임은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다. 그리고 법적 책임은 말 그대로 법을 위반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이다.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책임의 자발성에 큰 차이가 있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려는 노력이 도덕적 책임이라면. 법적 책임은 법을 위반했으니 무조건 져야 하는 강제적, 타의적 책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도덕적 책임은 잘못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지만, 법적 책임은 반성과 성찰이 없어도 해당 제재나 처벌을 이행하면 되는 책임이다. 따라서 공자의 과이불개는 법적 책임보다 도덕적 책임을 더 강조하는 말이다.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서는 도덕적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사라졌다. 가령 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에 대해 진상을 명확히 가린 후 판단하겠다는 대통령실 입장은 도덕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진다. 바꾸어 말하면 법적으로 책임이 없으면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법은 도덕의 범위보다 작다. 어떤 사람이 도덕을 어겼다고 해서 반드시 처벌받지는 않지만, 법을 어기는 것은 대부분 도덕에 위배되는 것들이다. 또한 법에 위배되지 않았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법의 심판에서 무죄를 받았으니 자신이 잘못이 전혀 없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어떤 물건을 훔치려고 마음먹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면 법에서는 무죄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런 부끄러움과 반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법의 처벌만 피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사고방식에서는 결코 잘못을 고칠 수 없다.

올 한해가 벌써 저물어가고 있다. 흔히 이맘때면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새로운 해에는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한 각오를 다지는 시기이다. 이것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 책임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더 나아지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한해가 다가고 있는지도 모른 체, 올 초부터 이어온 생산성 없는 정쟁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더 나아지려는 욕구는 있는가? 그리고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국민들에게 죄송함과 현재까지 이어온 잘못들에 대해 도덕적 책임은 느끼는가? 진심으로 묻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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