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남경식 반디재가노인복지센터 대표 “노인 돌봄은 시대적 과제…영양 어르신들 ‘효자’ 될게요”
[나는 청년입니다] 남경식 반디재가노인복지센터 대표 “노인 돌봄은 시대적 과제…영양 어르신들 ‘효자’ 될게요”
  • 윤덕우
  • 승인 2022.12.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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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서 직장생활 이어가던 중
고향 초등학교 폐교 소식 접해
마을 인프라 붕괴 가속화 우려
고향에서 복지시설 운영 결심
“돌봄 사각지대 그냥 둘 수 없어”
아내 이동연 대표 적극 지지·응원
추구하는 삶 구체화에 힘 보태
단순히 시설 운영하는 사람 아닌
사회적 지지망 다각적 건설 목표
남경식이동연대표
어르신들에게 안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향 영양에 정착한 남경식(오른쪽)·이동연 대표.

◇ 노인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 인프라 부족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 1인 가구 수는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인 716만 6천 가구로서 전년 대비 1.7%p 늘어났다고 한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 중 3분의 1이 1인 가구인 것이다. 1인 가구 중에는 29세 이하가 19.8%로 가장 많고, 70세 이상이 18.1%, 30대가 17.1%, 60대가 16.4%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문제는 60대 이상의 노인 가구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 1인 가구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이 너무나도 쉽게 예측되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 1인 가구의 안전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매우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노인 1인 가구는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나 고립과 사회적 빈곤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부터 ‘민·관 연계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보호제도’, ‘독거노인 One-Stop 지원센터’, ‘독거노인 안전 지킴이 사업’, ‘결식 우려 노인 무료 급식 지원’ 등과 같은 제도를 통해 공공사회복지 영역의 책임성을 적극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긴급’을 요하는 노인 응급상황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신속 대응을 하지 못한 사건들에 대한 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특별하다. 그러나 한정적인 공공인력이 제공하는 이러한 제도들은 상시 서비스와 구조적 연결 접점을 형성하기에는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민·관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타 분야의 연계·협력 또한 미흡하여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주민 참여 연계 부분 또한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 노인 1인 가구의 ‘돌봄’ 책임은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야 할 시대적 과제

노인의 수가 급증한 현실에서 ‘돌봄’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 사회는 ‘돌봄’의 책임이 혈연 중심인 가족 지지망 안에서 해결되리라는 기대가 더 이상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지역사회 차원에서 지역주민을 활용한 사회복지 실천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지지망은 개인이 구성하고 있는 지지적 유대의 망을 의미하며, 구조적 측면과 기능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개념으로 노인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촌사회이다. 노인 1인 가구를 보호할 지역사회의 인프라 자체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영역의 일방적 도움이 없다면 지역의 어르신들은 노년의 삶이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

과거 농촌사회는 대도시에 비해 지역사회 내 사회적 연결망이 비교적 촘촘했다. 이웃과의 문안인사나 보살핌, 안부확인 등이 다양한 형태로 상시 이루어지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두레, 계(契), 회(會) 등과 같은 이웃 상호 간의 공동체적 지지망이 시스템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는 이러한 정감 넘치는 과거 지지망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만연하게 된 시대적 상황 요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머뭇거리는 동안 사회 한 켠에서는 일평생 살아온 터전의 소중함 때문에 지역을 떠나지 않고 더욱 심각한 고립에 처한 노인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차원의 ‘돌봄’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물리치료서비스
어르신에게 물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남경식(오른쪽)·이동연 대표.

◇ 영양군 어르신들에게 안전한 ‘돌봄’ 환경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고향으로 돌아온 물리치료사

경북 영양에서 만난 남경식 대표(37세)는 자신을 ‘물리복지사’라고 소개했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하고 물리치료사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왔던 자신의 정체성과 영양지역에서 사회복지사로서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의지와도 맞아떨어지는 직업이라고 했다. 현재는 인구 2천 명이 채 되지 않는 수비면에서 재가노인복지센터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영양군 수비면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남대표는 대학 졸업 이후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린 시절 마을 안에서 경험했던 공동체적 돌봄과 보살핌의 특별함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직장생활을 이어왔기 때문에 직업의 특성상 어르신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고군분투하셨던 경험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30여 년 전 남대표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마을 안에서의 돌봄과 보살핌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문화였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그 모든 것이 특별함으로 작용하고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리움 그 자체로 다가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날 자신이 졸업한 수비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현재의 30명 선이 무너졌을 때 폐교 위기에 치달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고 했다. 학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염려와 동시에 마을의 인프라 붕괴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했다. 이에 남대표는 자신의 두 아들을 전학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의 위기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인지와 동시에 즉시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돌봄’에 취약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자신이 지역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저의 성장 배경 곳곳에 마을 어르신들의 숨은 노력들이 배어있다고 생각해요. 한 분 한 분 정말 감사한 분들이죠. 그런데 그런 어르신들이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힘들어하시게 둘 순 없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결정에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 사람은 자신의 아내 이동연 대표(공동대표)였다고 했다. 대학 동기 사이로 만나 결혼 한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으며, 10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남대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구체화하는데 힘을 보탠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단순히 재가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신이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면 좋을지 계획을 분명하게 하는데 귀감을 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아내는 저희가 단순히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만 역할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지역에 돌봄을 필요로 하시는 어르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친척, 친구, 이웃 등 모든 관계성을 세밀하게 파악해서 영양군 내에 사회적 지지망이 다각적으로 만들어지게끔 유도하는 일이 저희가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내는 저를 마을의 효자 아들로 만들고 싶어 해요(웃음)”

◇ 영양군 어르신들의 ‘효자 아들’의 삶을 꿈꾸다

영양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농촌 사회는 사회적 관계망이 투명하다. 과거에는 이 투명한 사회적 관계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었으나, 오늘날은 급격한 인구감소로 관계망 자체가 매우 취약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돌봄이 필요한 농촌 사회의 어르신들은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야 최소한의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종합병원 환자로 방문하시는 많은 어르신들이 집(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서 우리 마을의 어르신들이 많이 생각났어요. 농촌에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편찮으시거나 돌봄이 필요하신 분들은 도시에 있는 병원이나 시설을 이용하실 수밖에 없거든요. 저희 부부는 그런 마음을 헤아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중증으로 많이 편찮으신 어르신들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안전한 돌봄망 안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실 권리가 있으시거든요. 저는 어르신들의 행복한 삶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저희 마을뿐만 아니라 대부분 농촌이 다 그럴 거예요. 한 다리 거너면 다 아는 사이거든요. 저는 이 영양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더 친근하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도 기대하고 있어요”

남경식 대표의 사례는 농촌사회 노인 1인 가구를 둘러싼 취약한 돌봄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패기와 온기가 함께 담겨 있어 보다 훈훈한 농촌 마을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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