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사라지고 있는 종족보존 우선의 법칙
[목요칼럼] 사라지고 있는 종족보존 우선의 법칙
  • 승인 2022.12.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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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흔히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 중 제1의 법칙은 '종족 보존 법칙'이라고 한다. 이는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분신을 통해 대를 이어가려는 본능이 다른 어떤 본능보다 우선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한 이후 지속적으로 그 수를 증가시켜 오고 있다. 그 결과 유엔(UN)은 "2022년 말 세계 인구는 8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인류 발전의 이정표"라고 밝히고 있다. 2011년 70억 명을 넘어선 지 11년 만에 10억 명의 인구가 더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겼지만,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인구가 증가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는 1년 전보다 9만1000명(-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인구가 감소한 것은 1949년 인구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7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인구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출산율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며 감소 추세를 보여, 금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3명 감소하였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26만 500명으로 인구 폭증을 걱정하던 지난 70년대에 비해 50년 만에 4분의 1로 감소하였다.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지면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1.3명부터는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이미 마지노선을 넘어선 상태이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1명이 되지 않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낮은 출산율에 대해 영국 BBC방송은 "한국이 다시 한 번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깼다. 한국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쏟아 부은 수십억 달러는 효과가 없었다. 이들은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정부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면서 15년간 약 280조원을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투입하였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저출산 대응정책에는 분명 무엇인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10년 후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과 인구고령화로 인해 인구소멸 국가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저출산 문제 해소를 정책의 제1의 과제로 삼고 접근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연구는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즉 NBER는 '출산율 경제학의 새로운 시대'라는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소득 국가 13곳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과 '합계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 사회활동을 많이 할수록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과 저출산은 젊은 세대의 고용·주거 불안 등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두 가지 통설을 반박하면서 오히려 남성의 가사노동·육아 참여율이 출산율과 비례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은 정부의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그 핵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NBER에서 밝힌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남성의 적극적인 가사·육아 노동 참여, 워킹 맘에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 정부의 적극적인 가족 정책, 육아를 마친 남녀의 취업 문턱이 낮은 유연한 노동시장 등 4가지를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도 기존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가 없는 이유를 살펴 정책을 과감히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출산을 초래하는 사회 구조적 요인에 집중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회복하기 위한 흔적은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저출산의 원인을 청년에 대한 고용 충격, 돌봄의 어려움 등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교육, 주거, 일자리 등 끊임없는 경쟁에 몰린 청년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 사회'를 비전으로, '개인의 삶의 질 향상',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인구 변화 대응 사회 혁신'을 목표로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 '모두의 역량이 고루 발휘되는 사회'를 달성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에서 보면 기존 대책들을 보완하거나 확대하는 것으로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당사자인 젊은 남녀세대에게 얼마나 피부로 와 닿는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세대간에 갈등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낮은 출산율을 해결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이 그들의 2세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혁명적이고 충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국가의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여 현재 추진 중인 저출산 해소 대책을 젊은 세대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젊은 세대들이 그들의 2세를 갖는 즐거움이 이 세상 무엇보다 행복하고 삶의 의미를 준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대안 마련에 심혈을 기우려 줄 것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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