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만개한 벚꽃처럼 ‘꿈 꽃피워라’ 말하네…대구시립극단 ‘벚꽃 졸업식’
[리뷰]만개한 벚꽃처럼 ‘꿈 꽃피워라’ 말하네…대구시립극단 ‘벚꽃 졸업식’
  • 황인옥
  • 승인 2022.12.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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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가득했던 고교시절 졸업
15년 후 서로에 흔들리는 3인
결국은 마음 잡고 꿈 향해 전진
청춘만의 긍정적 기운 가득
원작 배우 5명→20명 각색
악기연주부터 춤까지 다채
대구시립극단-벚꽃졸업식
대구시립극단 ‘벚꽃 졸업식’ 공연모습. 대구시립극단 제공

벚꽃이 유난히도 빨리 폈던 어느 고등학교 졸업식장, 여고생 추선우가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장면으로 극이 시작된다. 선우의 불안한 얼굴은 이내 아쉬움으로 변하고, 그녀는 무대에서 사라진다. 대구시립극단 제54회 정기연주회 무대에 오른 연극 ‘벚꽃 졸업식’의 첫 장면은 선우의 등에 드리워진 안타까움으로 시작된다. 고교시절 내내 짝사랑했던 연극반 남수가 졸업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탓에 고백 한 번 하지 못한 채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선우의 아쉬움은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살다보면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하고 하나의 선택지를 결정하지만 늘 자신은 없다. 시간이 지나 과거의 결정들이 정답이었는지에 대한 회의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미련에 발목이 잡히면 자신의 현재 삶까지 송두리째 흔들리기 마련이다. 선우의 결정에 회의가 밀려온 시점은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후, 사랑이었던 남수가 성공한 뉴요커로 선우에게 등장하면서다.

연극 ‘벚꽃 졸업식’의 주제는 청춘들의 꿈이다. 과거 못다 이룬 꿈이 현재의 삶에 다시 등장하면서 극은 얽히고 설켜 들어간다. 주인공 선우는 다시 만난 첫사랑 남수가 함께 뉴욕으로 떠나자는 제안에 흔들리고, 남수는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룬 연출가 선우에게 흔들리고, 선우의 단짝인 현규는 왕년의 자신의 영광으로부터 흔들린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배반하지 않는다.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고 다시 꿈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굳은 의지는 무대장치로 쓰인 활짝 핀 벚꽃나무에 은유된다. 졸업식장에 활짝 피어있던 벚꽃은 15년 후에도 그들과 함께 하며 ‘꿈’의 메타포가 된다. 3명의 주인공들이 과거에 발목을 잡히지만 결국 많은 시행착오 끝에 꿈의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가 벚꽃으로 형상화된다. 결국 그들은 15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진정으로 벚꽃 졸업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강석호 대구시립극단 차석단원의 “영끌족으로 대변되는 20대와 30대의 지친 청춘들에게 힘내라고 토닥여주고 싶은 작품”이라는 언급에서 이번 작품이 청춘들의 성장드라마임을 예견한다.

‘벚꽃 졸업식’은 2주간 총 8회에 걸쳐 공연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 전국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지식 작가의 작품으로, 지난해 ‘대구시립극단 소극장페스티벌’에서 원작을 각색하여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하고 디테일을 살려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창작초연했다. 경주국공립극단페스티벌과 북구어울아트센터의 초청공연 모두 만석을 기록할 만큼 호응을 얻었다.

가슴 뛰는 청춘들의 꿈을 향한 이야기인 만큼 때로는 아프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청춘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을 가미, 청춘코미디로 엮었다. 시립극단 전단원이 다양한 캐릭터로 쉴 틈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젊은 감각의 작곡가 김가영과 노련한 안무가 김유경이 가세하여 아카펠라, 악기연주, 춤 등의 요소들을 다채로운 선사한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지쳐가는 시민들에게 ‘힘내라’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어 진중하지만 밝게 가려 했다”는 것이 강 연출의 기획의도였다. 하지만 강 연출은 애써 코미디적 요소를 부각하려 하진 않았다. “연출에서보다 배우들의 연기에서 코미디적인 요소가 살아났어요.”

한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인 만큼 극단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원작은 5명의 배우들이 극을 이끌었지만 이번 공연에선 배역을 20명으로 각색했다. 이야기도 풍성해졌지만 무엇보다 극단 단원 모두가 무대에 오른다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배역이 늘어난 만큼 무대장치의 규모도 커졌다. 그 모든 요소들이 원작보다 스펙터클한 감동으로 이끄는 요소가 된다.

청춘코미디극이라고 하지만 전 연령층이 관람해도 손색은 없다. 중장년에게는 청춘시절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코로나 19로 지친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기를 담았기 때문. 실제 배역에 갱년기 엄마가 등장하기도 한다. 공연 일정이 넉넉한 것도 강점이다. 2주간 8회 공연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집중도도 높고, 관람객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1~2회 공연일 경우 사정이 있으면 놓치기 십상이지만, 8회 공연은 여유만만이다. 공연은 17일까지 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입장료 전석 1만원.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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